새롭게 꽃피는 한복

전시 도록 <한국 복식문화 이천년>

우리 옷이 좋아서 한복을 그림 속에 담기 시작한 지 어언 10년 째, 이제는 한복을 그리는 작가로 알려지게 되었다. 한복을 그리게 되면서 자연스레 우리 옷과 장신구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한복에 대한 책을 찾게 되었다. 그런데 웬걸, 한복이 우리의 옷임에도 불구하고 한복에 대한 정보는 비전문가에게 있어 생각보다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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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관무여인>(좌), <이상한나라의 앨리스>(우)

 

강산도 변한다는 시간이 흘러 내가 가진 책과 자료도 조금씩 늘어났다. 그러나 여전히 한복을 한 눈에 일목요연하게 보고 읽을 수 있는 책을 쉽게 접하기는 어려운 듯 하다. 한복을 그리고 싶어하는 학생들이 종종 나에게 한복에 대한 자료를 어떻게 찾는지, 어떤 책이 좋은지 문의하곤 한다. 그러나 책을 소개하려 해도 이미 절판이 되었거나, 너무 학술적이거나, 혹은 특성상 도판이 많은 관계로 학생들에게는 부담스러운 금액이기에 어려움을 느낀 경우가 많았다. 따라서 비전문가도 가볍게 접하기 쉬운 한복 책에 대한 목마름이 늘 있었는데, 이번에 국립민속박물관 웹사이트의 자료마당을 알게 되고 <한국 복식문화 이천년> 도록을 읽어나가면서 갈증이 해소되는 느낌을 받았다.

내가 그림을 그리기 위해 조사했을 때 찾을 수 있었던 한복 자료들은 대개 조선시대의 한복이었고, 그 밖에 자료는 단편적인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이 도록에는 오래 전부터 이어져 내려온 우리 옷의 흐름, 삼국시대부터 조선과 개화기를 거쳐 현대에 이르기까지 우리 조상들이 어떤 옷을 입고 살아왔는가를 한눈에 볼 수 있어서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같은 조선시대의 저고리라도 그 길이와 모양이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그러나 분명히 변화하는 모습을 볼 수 있도록 한 페이지에 담는 등 여러 면에서 꼼꼼히 신경을 쓴 도록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또한 옷 뿐만이 아니라, 장신구와 문양까지 세세하게 담겨져 있어 ‘입는 것’ 부터 ‘꾸미는 것’ 까지를 다채롭게 만나 볼 수 있다.

최근에 사람들이 우리 옷을 가장 쉽게 접하는 방법은 사극영화나 드라마다. 좀 더 관심이 많은 사람들은 인터넷을 통해서 한복에 대한 자료를 검색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자료는 아무래도 단편적인데다가 입체적으로 바라보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한 권의 책, 도록이 지닌 가치가 여기에 있는 것 같다. 우리 옷을 더 잘 알고 싶은데 어디에서부터 시작해야 할 지 모르는 사람이라면 이 도록을 꼭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옛날에는 박물관까지 와서 도록을 구해야 했지만, 인터넷의 발달로 수고로움도 많이 덜 수 있게 됐다. 국립민속박물관 홈페이지에서 도록 PDF파일을 받아볼 수 있으니, 한복과 우리 전통 문화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겐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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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돌아와서, 이 도록의 백미는 ‘한복과 양복의 만남’ 이 아닐까 싶다. 개화기 이후와 근현대의 한복의 변화에 대해서 담고 있는 책도 흔하지 않거니와, 개화기 이후 1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한복과 양복이 공존하며 ‘우리 옷’과 그 의미가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를 살펴 볼 수 있다.

특히 나의 시선을 사로잡은 내용은 청자 드레스이다. 제목 그대로 고려 청자의 색과 실루엣을 옮겨 놓은 드레스는 좁은 허리와 부풀린 엉덩이의 곡선이 18세기에 유행했던 하후상박의 실루엣을 떠올리게 하면서도, 그보다도 더 골반을 과장되게 강조하여 1962년의 의상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전위적이기까지 하다. 옷의 테마는 자칫 진부할 정도로 한국의 전통적인 것인데, 옷의 형식은 서양의 것이라는 것이 매우 재미있다. 이렇듯 이 도록에는 영감을 자극하는 옷들이 곳곳에 숨어 있어서, 자료로서도 훌륭하지만, 옷 자체를 감상하는 차원에서도 굉장히 재미있는 부분이 많았다.

또한 이 도록은 특이하게도 ‘미래의 복식’까지 다룸으로서 ‘우리 옷’에 대한 개념을 다시 인식하게끔 한다. 우리는 현재 한복을 일상적으로 입고 있지 않으며, 대다수의 사람들은 명절 때가 되어야 장롱 안에 잠들어 있는 한복을 떠올리곤 한다. 그렇다고 해서 한복이 우리 옷이 아닌 것일까? 아니면 한복만이 우리 전통의 옷이기에 현재 우리가 입고 있는 양복은 우리 옷이 아닌 것일까.

보통 ‘우리 옷’이라고 하면 조선시대 바지저고리, 치마저고리의 ‘한복’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삼국시대와 고려시대의 한복 또한 조선시대의 한복과는 다르지만 마찬가지로 우리 옷이다. 통일신라시대에는 당나라 복식의 유행을 받아들여 저고리를 치마 안에 넣어 입기도 했다. 조선시대 안에서도 한복은 시기별로 모양이 다르게 변화해 왔으며, 개화기 이후에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는 어깨끈이 붙어있는 통치마는 개화기에 미국인인 이화학당 교장 J.월터가 개량한 것이고, 붕어모양의 배래는 20세기 들어 새롭게 유행한 것이다. 이렇게 우리 옷은 시대의 유행과 필요에 따라 변화해 왔다. 먼 미래에는 현재 우리가 입는 옷들이 고전적인 옷들이 되어 한복이라는 이름으로서 박물관에 전시 되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해 본다. 우리가 과거에 입고 살았던 옷, 그리고 우리가 지금 입고 살아가는 옷, 그것이 우리 옷일 게다.

100년전 사람들이 멋을 낼 때 양복을 입었듯이, 우리는 지금 특별한 날에는 한복을 갖추어 입는다. 설날이나 추석에 한복을 입고 거리를 나선 사람을 촌스럽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오히려 특별히 신경을 썼다고 생각한다. 특별한 옷, 현대에 와서 한복에 부여된 새로운 의미이다. 최근에는 고궁으로 한복을 입고 나들이하는 것이 새로운 놀이 문화로 떠오르고 있으며, 한복을 즐겨 입는 사람들의 온라인 커뮤니티가 활성화 되고 있다. 입기 편하면서도 현대적인 디자인을 가미한 모던 한복 브랜드가 속속 생겨나고 있고 해외의 유명 디자이너들은 한복에서 모티브를 얻은 오뜨꾸뛰르를 선보이고 있다. 또한 나에게 있어서도 한복은 나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늘 새로운 영감을 주는 그림의 소재이기도 하다.

한복은 고전이지만 시간의 흐름 속에서 새로운 모습으로 계속해서 다시 피어나고 있다. <한국 복식문화 이천년>은 그 흐름을 짚어볼 수 있는 훌륭한 책이다. 우리 옷 입문용으로도, 감상용으로도 만족할 수 있을 것이다.

| 전시도록 <한국 복식문화 이천년>전 – PDF
글_우나영
‘흑요석’이라는 필명으로 활동중인 일러스트레이터. 동양화와 한복, 그리고 현대적인 디지털 일러스트를 접목시킨 독특한 화풍으로 주목받고 있다. <확산성밀리언아서>, <체인크로니클>등 국내외 게임 일러스트에 참여하였으며 <넷플릭스>와 콜라보레이션으로 다양한 작품을 선보였다. 2013년 한복을 소재로한 <앨리스, 한복을 입다> 개인전을 열기도 했다.

1개의 댓글이 등록되었습니다.
  1. 지금도 쏟아져나오고 있는 수많은 책들 가운데,
    비로소 한 권을 찾아 읽게되는 계기는 참으로 소중한 경험인 것 같습니다.

    시대를 거치며 변화해온 한복의 자취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살펴보고 싶어지게 만드는 소중한 글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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