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교 큐레이터가 추천하는
<떡살>

염원을 새기다

떡살은 절편에 문양을 박는 판이다. ‘살’은 연살, 빗살 등과 같이 뼈대를 말한다. 그 떡살의 틀판에 새겨진 문양을 통해 당시 사람들이 선호하는 문양도 살펴볼 수 있지만 그들이 가졌던 염원, 가치관 등도 엿볼 수 있다. 장상교 학예연구사에게 떡살의 문양이 가진 ‘의미’에 대해 들었다.

 

한국의 전통 문양
그 의미가 고스란히 살아있는 떡살을 만나다

“전에는 무심히 지나쳤어요. 다양한 민속 자료 중 하나로서 보았을 뿐이었죠. 모든 자료가 마찬가지이겠지만, 민속 자료는 형태적인 아름다움보다는 그 안에 담긴 생활사에 대한 이야기가 더 중요하게 다루어지기 때문에 떡살 역시 그런 측면에서 바라보았죠.”

장상교 학예연구사에게 떡살이란 특별함을 주는 유물은 아니었다. 구하기 힘든 생활재도 아닌데다 오늘날에도 전통 떡집 등에서는 여전히 사용되거나 장식용으로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떡살이 그에게 조금 특별하게 다가온 계기가 있었다.

“2001년경, 국립민속박물관에서 한국의 문양디자인 프로젝트를 진행했어요. 한국의 전통 문양을 재해석 해 현대에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하는 측면에서 시작된 프로젝트였고, 그 첫 주제가 ‘떡살과 다식판’이었죠.”

이때 박물관에서 소장한 떡살 문양에 대한 자료가 정리되었다. 꽃, 동물, 문자, 기하 등 다양한 떡살 문양들이 발견되었고, 그는 각 각의 문양이 가진 의미에 따라 구분해보기로 했다.

“평소 사람들이 떡을 먹으면서 이 무늬에 관심을 가질까요? 아마 무심히 지나칠 겁니다. 떡에 새긴 문양이 단순한 장식이나 아름다움을 위한 것이 아니라 특별한 의미를 담고 있다는 것을 모두와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어머니, 아버지가 사용하셨던 떡살에 생각보다 큰 것이 담겨 있다는 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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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선과 문자, 꽃에 담긴
사람들의 염원을 살피다

기존에는 떡살을 구분할 때 새겨진 문양을 기준으로 기하문, 동물문, 식물문, 문자문 등으로 나누었다. 이를 장상교 학예연구사는 각 문양이 가진 ‘의미’를 기준으로 분류하였고, 그것은 장수 기원문, 풍요다산 기원문, 벽사 기원문, 부귀 기원문, 초복 기원문 등으로 나누었다.

장수 기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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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 기원문에 포함되는 문양에는 직선, 살창, 꽃, 문자 등이 있습니다. 직선으로 표현된 문양은 ‘길다’라는 암시적 도구 내지는 끊어지지 않고 ‘연속적이다’라는 관념이 있어요. 그래서 장수를 상징합니다. 꽃 중에 국화가 장수를 뜻하는 이유는 중국의 주유자라는 사람이 국화를 달여 마시고 신선이 되었다는 고사에서 유래하지요. 壽목숨 수자를 도안하여 그 문자가 지닌 길상적 의미를 직설적으로 담기도 했습니다.”

풍요다산 기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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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요다산 기원문에는 삼각, 사각, 回자, 나비 등이 있습니다. 우리에게 각별한 삼을 활용한 삼각은 재생의 의미 또한 갖고 있습니다. 또 동양의 신화적 사고는 하늘을 원으로, 대지를 사각형으로 인식하는데 대지는 여성을 상징하고, 여성은 생산력과 깊은 관계가 있기 때문에 풍요다산을 의미합니다. 回자는 주술적 상징이 강합니다. 선사시대의 토기에서도 보이는 回자는, 당시 풍부한 먹거리와 강한 생산성 등의 염원을 담고 있지요. 나비는 금슬 좋은 부부, 기쁨, 환희를 상징합니다. 그래서 민화의 소재나 병풍, 침구류 등 금슬 좋은 부부를 상징하는 물건에서 많이 보이지요.”

벽사 기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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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사 기원문에는 卍, 옴 등이 포함됩니다. 석가모니가 탄생할 때 가슴에 있던 문양이라고 전해지는 卍자는 후세에 길상의 표지로 인식되었습니다. 옴은 산스크리스트어에서 따온 글자로 불교의례와 관련 있습니다. 모두 나쁜 기운을 물리친다는 뜻을 갖고 있지요.”

부귀 기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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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귀 기원문에 포함되는 문양에는 富貴자와 물고기 문양 등입니다. 직접적으로 부귀라는 글자를 그대로 새기거나 부귀와 풍요의 상징을 뜻하는 물고기를 새기는 거지요. 물고기는 입신양명을 뜻하기도 하고 신분상승의 뜻을 담고 있기도 해요.”

초복 기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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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복 기원문은 福자를 다양하게 형상화 하여 문양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복을 의미하는 글자를 새김으로서 직접적으로 길상적 의미를 전하고자 했던 거지요.”

떡의 쓰임에 따라 떡에 새기는 문양도 달라졌다. 혼례나 생일, 신년하례, 절식, 향연, 선물 등에 쓰이는 떡에는 장수 기원문, 풍요다산 기원문, 부귀 기원문, 초복 기원문의 문양을 새겨 넣었고, 상례나 제례, 문병 등에는 나쁜 기운을 물리칠 벽사 기원문을 사용했다.

“택호를 새긴 떡살도 있어요. 그 떡살을 사용한 떡에는 이 떡이 어느 집안의 것이다, 라는 것이 명확하게 드러나죠. 웬만한 떡살에는 그런 것이 기록되어 있지 않습니다.”

밋밋한 떡에 문양과 장식을 넣어 미적인 효과를 증대하고, 떡을 보다 안전하게 보관하는 의도를 뛰어넘어 모두의 안위와 행복을 바라는 마음을 떡에 새겨 넣고, 모두와 함께 나누어 먹으면서 모두의 염원을 체화한 것이다.

“우리가 의사표현의 수단으로 말, 몸짓, 문자 등을 사용하는데 무늬도 여기에 포함됩니다. 말이나 문자가 직접적으로 의사를 전달한다면 무늬는 사람들이 함께 공유하는 약속된 기호로서 의사를 전하지요. 떡살의 무늬도 마찬가지로 소망하는 바를 담아낸 것입니다.”

좋은 나무를 고른다는 것은
자연과 삶을 거스르지 않는 것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떡살은 200여 종에 이른다.

“요즘은 인테리어 소품으로도 떡살이 많이 활용됩니다. 장식을 위해 만드는 떡살은 실제 사용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나무 결이 날카로워요. 문양 역시 새기는 것이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좌우반전 없이 보이는 그대로 새겨져 있죠. 실제 사용을 위해 만들어진 떡살은 직선의 문양이라 해도 약간의 곡선이 살아있습니다. 작업하기 좋도록 손에 쥘 수 있는 부분도 잘 다듬어져 있고요. 박물관에 있는 떡살들은 모두 오랜 손때가 묻은, 무뎌진 것들입니다.”

떡살을 만들기 위해서는 내구성이 좋고 결 없이 치밀하며 탄력성 좋은 것을 으뜸으로 친다. 그렇지 못한 나무는 피하게 되는데, 그것이 그저 재료로서의 특성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 흥미롭다.

“떡살을 만들기 위해 감나무, 은행나무, 박달나무, 대추나무 등 단단한 나무가 주로 쓰였어요. 반면 나무에 독특한 향이 배어있거나 진이 나오는 소나무, 전나무 등이나 목재의 강도가 일정치 않은 오동나무, 버드나무 등은 피했습니다. 재료의 특성을 이유로 이 나무들의 사용을 피했다면, 복숭아나무, 밤나무, 성황당나무, 벼락맞은 나무 등은 그 나무가 가진 의미로 인해 사용하지 않았지요.”

문양은 물론, 나무에 깃든 기운까지 헤아리고자 했던 선조들의 정성에는 언제나 놀랍다. 민간신앙을 소중히 여겼던 당시의 사회상도 영향이 있겠지만, 내 가족과 내 이웃이 함께 먹을 떡에 오로지 좋은 기운만 담기길 바랐던 선조들의 순수한 마음이 더 와 닿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고 한다. 하지만 먹기 좋은 떡을 만들기 위해 나무가 자라고, 고르고, 다듬고, 길들인 그 오랜 시간과 노력을 생각하면 꼭 먹기 좋은 떡을 ‘보기 좋은 것’으로만 평하기엔 좀 아쉽다. 게다가 많은 문양과 그 안에 담은 의미와 상징을 생각하면 더욱. 결국 먹기 좋은 떡은 아주 오래 전부터 서로를 지탱해 온 마음과 믿음이 어우러져 빚어낸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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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_ 장상교 학예연구사 | 국립민속박물관 어린이박물관과
글_ 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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