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까 나랑 놀던 곰이
신화 속에 있네?

상설전시 <신화 속 동물 이야기>

‘신화’라 하면 흔히 고대 그리스, 로마 이야기를 떠올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안타깝다. 우리에게도 우리만의 정체성을 담은 신화가 있는데, 어느새 우리는 서양의 신화에 갇혀버렸으니. 사람이 되기 위해 열심히 마늘을 먹던 곰, 하늘을 나는 말, 우물로 용궁을 드나드는 용 등 그들의 마음을 읽어보고 싶을만큼 매력적인 동물들이 우리 신화에 있다. 이번 국립민속박물관 어린이박물관 상설전시의 주제는 바로 ‘신화’, 그리고 ‘신화 속 동물 이야기’이다. 전시를 기획한 권태효 학예연구관과 강나나 학예연구원(전시디자이너)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신화, 그리고 신화 속 동물을 주제로 삼은 이유는 무엇인가.

 
권태효 학예연구관(이하 권태효)_ 신화는 민족의 정체성을 담은 그 나라만의 고유한 이야기입니다. 옛사람들은 과학적 사고보다는 상상력에 의지해 풀어나가곤 했어요. 사람은 하늘을 날 수 없을까? 라는 상상력에 과학기술이 따라와 비행기를 개발해 정말 하늘을 날 수 있게 된 것처럼요. 그 상상력의 원천은 신화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신화에 대해 물어보면 대부분 그리스로마 신화를 먼저 떠올리곤 하죠. 하늘을 나는 말을 이야기 할 때 서양 신화의 페가수스를 떠올리고, 오직 그곳에만 있는 거라 생각하는 것이 참 안타까웠습니다.
 
다른 나라의 신화에 빚져 상상력을 키우는 것보다 우리의 것을 바탕으로 우리 아이들의 상상력이 자랐으면 합니다.
 
 

아이들에게 신화라는 주제가 조금 어려울 것 같기도 한데,
아이들의 눈 높이로 수준을 맞추기 위해 어떤 장치들을 했는지.

 
권태효_ 이번 전시와 기존 전시의 차이점으로 세 가지 정도를 꼽을 수 있어요. 먼저, 전시장 밖에 또 하나의 작은 전시실을 만들었습니다. 전시실 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이번 전시에서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정보를 제공하는 공간입니다.
 
그리고 전시실 안에는 관찰실, 탐색공간 등을 마련했어요. 어린이 박물관에서 그저 유물을 내어두고, 바라보게만 하는 것이 아이들에게 어떤 의미를 남길까, 하는 의문이 있어서 아이들이 유물을 세밀하게 관찰할 수 있는 관찰실과 <용궁부인도>를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는 탐색 공간을 마련했죠. 직접 눈으로 살피면서 기억에 남을 수 있도록이요.
 
또 전시가 그저 전시로만 보여지면, 아이들에게 특별한 인상을 남기지 못하기 때문에 캐릭터를 개발하고 놀이터를 마련하는 등 신화 속 동물들과 친해질 수 있도록 돕고자 했고, 연극도 준비 했어요. 전시란, 개막했다고 기획자들의 손에서 떠나는 것이 아니라 계속 성장해 나가는 하나의 생명체와도 같기 때문에 앞으로도 다양한 교육, 연계프로그램 등이 지속적으로 개발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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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 안은 아이들이 직접 만지고, 퀴즈를 맞히고, 신체 놀이를 하는 등
다양한 형태로 꾸며져 있다. ‘신화’를 전달하기 위해 어떤 것에 중점을 두었나.

 
강나나 학예연구원(이하 강나나)_ ‘신화’라는 콘텐츠 자체가 아이들에게는 어려워요. 그래서 내용을 전달하기에 앞서 우선 신나게 즐기고, 그러는 중에 같이 어울려 놀던 것이 신화 속 동물이었음을 깨닫게끔 하고 싶었어요. 아이들은 글을 읽는 것보다 몸으로 체득하는 것이 더 빠르니까요.
 
보통 어린이 공간은 그래픽 위주의 디자인이 많은데, 이번에는 공간에 최소한의 그래픽만 사용해서 아이들이 상상할 수 있는 여지를 많이 만들고 싶었습니다. 산과 나무, 동굴의 형태가 그래픽 없이 조형물로만 연출된 것이 그런 이유죠.
 
권태효_ 아이들은 스토리 전체를 이해하기보다 인상적인 부분을 기억해 두고, 그걸 거듭 이야기합니다. 이를테면 ‘여기에 동굴이 있으니 한번 들어가 봐.’ 하는 것보다 아이들이 스스로 기어오르고 기어들어가 보면서 동굴에 대한 인상을 주면 좋겠다 생각했죠.
 
강나나_ 용알뜨기를 하는 볼풀은, 정말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손으로 알을 떠보는 체험을 하게 하고, 나중에 알고 보니 ‘아, 이게 용알뜨기였구나’ 라고 깨달을 수 있게끔 마련했지요. 사실 어린이 전시라고 하면 손끝으로 체험하는 프로그램이 많은데, 아이들은 몸으로 뛰어 노는 걸 더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최대한 공간을 넓게 확보하고 몸을 쓰며 전시를 즐길 수 있게 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들을 위한 전시이긴 하지만 부모가 함께 오기 때문에, 아이들이 체험하는 동안 부모들이 방치되지 않도록 체험 사이사이에 공간을 마련해서 아이들과 함께 동선을 진행할 수 있도록 준비했어요. 함께 소통하면서 전시를 공유할 수 있도록이요.
 
 

어린이 전시이지만 체험과 유물 관람을 동시에 하려면 빛 조절이 힘들 것 같은데.

 
권태효_ 체험공간 위주로 공간의 밝기를 조절했고, 유물은 별도 공간을 마련하여 그에 맞게 조도를 조절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공간의 밝기가 일정하지 않은데 오히려 이런 부분이 공간을 구분해 주는 역할을 해주었다고 봅니다.
 
강나나_ 어린이박물관 상설전시장의 특징은 한쪽 벽면을 채광창이 차지하고 있는 공간이라는 점인데요, 저는 이 부분을 최대한 활용하고 싶었습니다. 신화 속의 공간들이 자연을 배경으로 한 공간이어서 범위 내에서 자연채광을 활용하여 인위적인 공간이 아닌 자연스러운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이번 전시의 그림을 이억배 작가가 맡아주었다. 협업하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권태효_ 요즘 동화책을 보면 전통적인 기법으로 그림을 그리는 분들이 많지 않아요. 하지만 우리 전통 신화를 이야기하면서 서양풍의 그림이 채워지는 것은 맞지 않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전통적인 그림을 그리는 분을 찾았고, 그렇게 이억배 작가님을 만났습니다.
 
이억배 작가님의 작업은 조선시대 민화와 풍속화 화풍으로 우리나라 전통의 아름다움을 어린이 그림책으로 이끌어낸 우리나라 1세대 그림책 작가님이세요, 그래서 우리의 이야기를 가장 우리답게 그릴 수 있는 분이라고 생각했죠.
 
강나나_ 이번 전시에 총 다섯 마리의 동물이 등장합니다. 다섯 동물에게 모두 캐릭터를 심어주었어요. 하늘과 땅의 메신저 역할을 하는 말은 우체부, 새벽을 깨우는 닭은 똑똑한 이미지, 엄마처럼 포근한 이미지의 곰 등. 이 캐릭터들에게 부여된 이미지를 이억배 작가님께서 잘 표현해 주셨어요. 아이들이 전시를 관람하면서 동물들 각자에게 성격을 부여하면서 친구 같은 존재로 인식 했으면 합니다.
 


 
 

전시와 연계한 공연프로그램이 있다는 것이 매력적이다. 어떤 식으로 구성되는지?

 
권태효_ 매월 문화가 있는 수요일마다 연극판이 열립니다. 연극은 단순히 이야기 전개로만 구성하면 전달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이야기를 듣는 주체를 도깨비로 선정하고, 우리에게 익숙한 단군신화서부터 고려 왕건의 할아버지인 ‘작제건’전까지, 익숙한 이야기에서 낯선 이야기로 흐르도록 구성했습니다. 이야기가 진행되는 동안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신화에 등장하는 동물들과 친해지면서, 더불어 신화와 친해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했어요. 다행히 관람하는 아이들의 반응이 좋았어요. 저로서는 조금 의외였죠.
 
 

이 전시를 체험하고 난 아이들이 어떤 것을 느꼈으면 하는지.

 

강나나_ 동물들을 동물원에서만 볼 수 있는 관람 대상으로써의 동물이 아닌 친구 같은 존재로 느꼈으면 해요. 또 딱딱한 전시가 아니라 놀이처럼 즐길 수 있는 체험 위주의 전시인만큼, 혼자보다는 여럿이 함께 어울리고 즐겼으면 합니다.
 
권태효_ 아이들이 이 전시를 보고 ‘신화를 잘 알게 될 것이다.’라는 기대를 하지는 않아요. 다만 지금껏 무관심했던 우리 신화에 조금이나마 관심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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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나나 학예연구원과 권태효 학예연구관

 

사실 신화에는 답이 없어요. 신화를 연구하는 사람들도 그 오래된 이야기들의 퍼즐을 한 조각씩 이어 붙여가는 연구를 하고 있지만, 그 역시 정답은 될 수 없기 때문에 무척 조심스럽죠. 하지만 그것이 아이들이 더 자유롭게 상상력을 펼칠 수 있는 발판이라고 생각합니다. 전시 끝에 ‘내가 만드는 신화’라고 해서 아이들에게 질문을 던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고요. 밝혀지지 않은 것들에 자신의 상상력을 보탠다면, 그만큼 멋진 신화가 또 있을까요.

 
 
상설전시 <신화 속 동물 이야기>는 어린이 박물관 1층 상설전시장에서 2018년 9월 30일까지 열린다.
 
 

| 전시 연계 공연프로그램 <우리 신화로 꿈꾸는 도깨비> – 바로가기
 
 
글_ 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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