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박타박, 처서

올해 처서는 8월 23일

 

가을 냄새가 난다.
멀리서 무언가 타는 것 같기도 하고
식은 흙이 뒤척이는 것 같기도 하고
텅 빈 공기의 마른 냄새.

그냥 왔어요.
걷고 싶기도 하고, 보고 싶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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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서處暑

처서는 24절기 중 열네 번째 절기이다. “땅에서는 귀뚜라미 등에 업혀 오고, 하늘에서는 뭉게구름 타고 온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본격적인 가을로 접어드는 때이다. 처서가 지나면 따가운 햇볕이 누그러져 풀이 더 자라지 않기 때문에 논두렁의 풀을 깎거나 산소를 찾아 벌초한다. 조상들은 이 무렵 지난 장마에 젖은 옷이나 책을 말리는 음건陰乾이나 포쇄曝曬를 했다.

아침저녁으로 신선한 기운을 느끼게 되는 계절이기에 파리, 모기도 서서히 사라지고, 귀뚜라미가 하나둘씩 나오기 시작한다. 처서에 비가 오면 그동안 잘 자라던 곡식도 흉작을 면치 못하게 되어 “처서에 비가 오면 독 안의 든 쌀이 줄어든다.”고도 했다. 맑은 바람과 왕성한 햇살을 받아야만 나락이 입을 벌려 꽃을 올리고 나불거려야 하는데, 비가 내리면 나락에 빗물이 들어가 제대로 자라지 못하고 썩기 때문이다. 이는 처서 무렵의 날씨가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삶의 지혜가 반영된 말들이다.

그림_ 이기진
소소한 일상을 컬러풀하게 그리는 물리학 박사. 《20 UP》, 《나는 자꾸만 딴짓하고 싶다》, 《보통날의 물리학》, 《박치기 깍까》 등 동화를 포함해 15권 책을 만들었고, 모든 일러스트레이션 작업을 직접 했다. 현재 서강대학교 물리학과 교수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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