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사상에 커피를 올려도 될까요?

학술보고서 <한국의 제사>

오늘날 조상을 위한 제사의 형식은 여러 형태가 있다. 유교 의례에 따른 조상제사를 지내는 집안도 있을 것이고, 불교의 조상의례로 대신하기도 할 것이다. 혹은 천주교 제례예식을 따르기도 하고, 여러 논의 끝에 개신교 가정예배를 취한 집안도 있을 것이다. 물론 원불교나 여러 민족종교에서 조상을 모시는 다양한 형태도 있다.
 
 

유교 제례에서 유교식 제사로
주자가례에서 대한민국의 가가례로

 
현대 한국의 문화 속에서 조상을 기억하고 그 일환으로 특별한 감사나 추모 또는 숭배하는 의식을 우리는 흔히 접하며 살고 있다. 이러한 조상의례는 기본적으로 조상과 후손이 혈연적 관계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하여 정성과 공경을 골자로 성립한다. 이러한 조상 제례의 형식을 ‘유교식 제사’로 한정할 수도 있지만, 이 제례 문화는 지난 백여 년 이상 이 땅에서 매우 광범위하게 소화되고 받아들인 한국문화의 중요한 빛깔임을 부인하기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물론 우리의 제례 문화에는 여전히 조선 성리학적 이념의 산물에 근거한 구성요소들이 상당 부분 담겨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여기에는 근·현대 시기 우리의 현실인식이 시대의 변화와 흐름에 맞추어 때로는 능동적으로 때로는 수동적인 모습으로 전승시킨 측면도 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이것을 조선 후기 《주자가례》의 전통에서 중시되던 ‘동속東俗’이나 ‘시속時俗’의 유교 제례 문화가 오늘날 대한민국 방식의 유교식 《가가례》로 달려 나온 긴 과정을 주체적 역사의식을 통해 반추해 볼 시기가 되었다고 본다. 즉, 우리는 조상을 모시는 문화를 지키고 이어가고 있지만, 우리가 조선 시대를 사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우리 시대의 민주적이며 합리적인 실천 가능성을 모색해 올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달라진 근•현대 사회문화적 환경은 제례 문화에 어떠한 변화와 다양성을 추동했는지, 오늘날 민속의 현장 속에서 알아보도록 하자.
 
 

제례의 민속현장 1
우리는 누구를 제사하며, 어떤 제사를 지내고 있나?

 
우리의 조상은 누구이며, 구체적으로 우리가 제례로 모시는 조상은 어떤 분들일까. 흔히 ‘4대 봉사’라고 하지만, 고조/고조모를 제사하는 집안은 그렇게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굳이 여러 조상을 한데 모아 합사하는 형식을 취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우리의 현실이 반영된 제례 문화라고 말할 수 있다.
 
다음으로 우리들은 가족이나 친족 단위의 어떤 제사에 참여하는가. 현재 우리가 지내는 대부분의 ‘제사’는 기제사[忌日]이다. 여기에 절사[節祀, 俗節]로 설날과 한식, 추석 정도를 소중히 여길 것이다. 혹시 2015년 작년 가을에 문중/종중의 시제時祭에 참례자가 되어 보았는가? 마음은 있더라도 평일에 휴가를 내어 시제에 참여하는 일은 훈장과도 같은 명문가의 종손명함을 갖고도 쉽지는 않다. 이처럼 제사 대상과 제사의 종류 단 두 가지 물음만으로도 우리시대 유교 제례는 근대 이전의 그것과 견주기 어려울 정도로 변화해 왔음은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제례의 민속현장 2
생신제란? 성주상이란?

 
유교 제례의 변화는 조선 시대부터 이어져 오는 것도 있다. 지속은 언제나 현실의 과제이며, 그것은 곧 변용과 변화를 수반하기 마련인가 보다. 그 가운데는 유교의 제례 문화가 수용되고 기존의 토착문화와 절충하면서 유교적으로 변용되는 제사도 있다. ‘생신제生辰祭’도 그런 류에 속하는 유교 제사로 보인다. 여기서 말하는 생신제는 돌아가신 분의 생일에 올리는 제사로 일반적으로 ‘삼년상’을 치른 이후에도 지속된다. 문헌의 기록으로 보면 다소 오래 전에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오늘날 우리 문화의 현장에서도 이 생신제는 일정한 지역적 분포를 보이면서 나타나고 지속되고 있다.
 
생신제가 제사 종류의 하나로 자리매김해 가는 것과 관계된다면, ‘성주상’은 제사 대상과 제상의 유교 제례 문화의 새로운 도약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말에서도 느껴지듯 쉽게 말하면 성주상은 집안의 가택신을 위하여 제사하는 것인데, 집안의 명절차례나 기제사에도 함께 차려진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안택과는 별개로 이 제상을 차례나 기일제에 병행해서 올리는 전통은 언제부터, 그리고 왜 하고 있을까? 이러한 제사 관행 또한 일정한 지역적 분포를 보이면서 오늘에도 지속되고 있다.
 
 

제례의 민속현장 3
남의 집 제사는 어떻게 지내나

 
오늘날에는 남의 집 제사에 감 놔라 배 놔라 참견하지 않는 것을 미덕이자 불문율처럼 여긴다. 소위 대한민국식 가가례에 가장 첨예한 대목이 제수와 진설陳設, 제사나 잔치 때, 음식을 법식에 따라 상 위에 차려 놓음의 차이와 다양성에 있을 것이다. 이것 때문에 서로 말다툼을 하기도 하고 또 실제로 의가 상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늘 남의 집 제사는 어떻게 지내는지 조금씩은 궁금해하는 것도 사실이다.
 
가령 어떤 지역에서는 갱으로 콩나물국을 쓰지만, 어떤 지역에서는 미역국을 쓴다. 어물로 숭어를 꼭 쓰는 지역이 있는가 하면, ‘김/조기’를 놓지 않는 제사는 지내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라고 인식하는 곳도 있다. ‘세상 암만 먹을 것이 없어도’ 녹두묵청포묵은 꼭 올려야 한다고 입을 모으는 어르신들이 있는가 하면, 묵에 관심조차 없는 지역도 있다. 포는 북어포 하나만을 쓰기도 하지만, 몇 가지 포를 함께 쓰는 집안들도 많다. 헤아려 보니 민속의 현장에서 알게 된 포의 종류만도 17종이나 된다. 이 밖에 특이한 제물들도 여럿 있다. 이들은 비교적 좁은 지역적 분포를 보이고 있었지만, 그곳에서는 특별한 의미를 담고 있는 제물들이다.
 
진설은 흔히 ‘홍동백서’니 ‘좌포우해’니 하는 투식에 익숙해 있지만, 그렇다고 이러한 방식만을 고수하는 집안은 의외로 적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수의 진설은 근자에 도입된 제물도 있고, 또 평소에 고인이 좋아하는 음식을 올리는 경우도 있는바, 같은 집안에서도 질서를 세우기가 쉽지만은 않아 보였다. 커피를 올리고 싶은데 어디에 두면 좋을지 피자를 놓는다면 어디에 두는 것이 적절할지 연구자에게 묻는 분들도 있었다. 생각해보자. 어디에 두면 좋을까?
중요한 것은 제수가 되었든지 진설의 문제가 되었든지 간에 자신들이 실천하는 방식을 스스로 설명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는 것이 곧 제례 문화의 현대적 적응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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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현대 제례 문화에 여전히 유효한 ‘오늘’

 
오늘날 유교 제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세 단계 정도의 해명이 필요해 보인다. 먼저 제사 대상으로서 ‘신’ 존재에 대한 인식이 전제되어야 한다. 이는 제사의 종류를 확인하는 과정이며, 그 위에 제사 대상과 제사를 드리는 시기나 장소가 따른다. 제사의 구체적 구성요소로서 제관과 제물 및 의례의 절차를 확인하는 단계가 중요해졌다. 그리고 나아가 ‘신’과 인간의 교류방법으로서 유교 제사의 구조에 내포된 상징적 의미를 이해하고, 제사의 종교적 성격·사회적 기능 등을 해명해 나가는 과정이 수반될 필요하다.
 
제사 문화를 버려야 할 인습이라 여기는 이들도 있다. 또 어떤 이들은 미풍양속이자 지켜내야 할 소중한 전통이라고도 한다. 이 틈이 당분간 쉽사리 좁혀질 것 같지는 않지만, 이 양 극단의 스펙트럼에는 서로의 입장과 견해를 존중하고 인정하는 한국의 문화적 유연함과 자신감이 자리하고 있음을 알아두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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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_ 심일종 | 서울대학교 연구원
서울대학교에서 인류학을 공부하고, (사)지역문화연구소연구원과 강원도문화재전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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