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곤 큐레이터가 추천하는
<활과 활쏘기>

내일을 향해 쏴라

곧 2016리우올림픽이 개막한다. 많은 종목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유난히 자존심 세우고 싶은 종목은 바로 양궁. 그 많은 종목 중에 양궁을, 그 많은 나라 중에 우리나라가 늘 정상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은 어쩌면 우리에게 특별한 DNA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유물과학과의 이성곤 학예연구사에게 우리의 ‘활’과 ‘활쏘기’에 대해 들어보았다.
 
 

활 쏘는 모습으로 덕을 살피다

 
“활은 멀리 있는 짐승을 사냥하기 위해 쓰인 도구입니다. 검이나 창으로 짐승을 잡으려면 반드시 가까이에서 공격해야 하기 때문에 무척 위험하지요. 그런 면에서 활은 아주 유용한 사냥 도구였고, 점차 전쟁에서의 중요한 무기로 자리매김했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전쟁에서의 무기로서의 가치를 이야기하기 보다는 마음가짐이나 예의, 자세를 통해 그 사람을 가늠하는, 일종의 ‘덕’으로서 활은 더 큰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유교경전 <예기>의 「사의」 편에서는 ‘활쏘기를 통해 사람의 덕을 살펴볼 수 있다’고 적고 있다. 임금과 신하가 한데 모여 활쏘기 실력을 겨루던 ‘대사례’나 지역에서 열린 ‘향사례’를 통해 선조들은 정신을 수양하고 위계질서를 확인했다. 또 이런 자리를 통해 겸양과 예의를 배우고, 자신의 위치에 맞는 행동을 갖추었다고 이성곤 학예연구사는 말했다.
 
“조선 시대는 문인이 장악하던 문치주의文治主義 사회라서 무는 등한시했다고 하지요. 그러나 왕과 신하가 함께하는 대사례를 여섯 번이나 치렀다 한 것을 보면, 문신들도 평소에 활쏘기를 통해 몸을 단련하지 않았을까 생각이 듭니다. 게다가 평민들에게도 활쏘기를 통해 무과에 급제해 관직에 나아갈 통로도 마련되어 있었으니 계급과 무관하게 누구나 활을 접하고, 즐겼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활은 우리나라만의 민속품은 아니다. 세계 많은 곳에 그 나라의 환경과 역사에 최적화 된 활이 존재하는데, 우리나라 활만이 갖고 있는 특징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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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과 신하가 함께 활쏘기 실력을 겨루던 모습 <대사례의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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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0년대 활쏘기 모습이 담긴 우편엽서.TAISHO 발행


 

“우리나라는 문화권으로 치면 동양문화권에 속합니다. 말갈, 여진, 몽골족 등과 어울려 살았던 북방민족인데요. 당시 북방민족들은 ‘각궁’이라는 활을 썼어요. 여러 가지 재료로 만든 복합궁이지요. 우리 활은 각궁 중에서도 최고에요. 평소 반대로 구부러져 있어, 활을 쏘려면 열을 가해 구부러진 방향의 반대 방향으로 당겨 활 모양을 잡았습니다. 거기에 억지로 줄을 매었으니 그 활의 탄성이 어떨까요? 굉장히 강하고 멀리까지 날아가겠지요. 그런 활을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었다는 것은 그만큼 활쏘기 기술이 능했다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가 양궁에서 세계 정상에 있는 것이 어쩌면 놀랄 일이 아닐 수도 있지요.”
 
고구려, 고려, 조선 시대에 이르기까지 외침을 막아내며 스스로를 지킬 수 있던 것에는 성 안에서 밖으로 쏘던 활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 임진왜란에 일본인들이 손에 들고 있던 ‘조총’이 등장하기 전까지, 활은 우리를 수호하는 하나의 상징과도 같았다.

 
 

전심전력,
단 한 번의 활을 당기기 위하여

 
이성곤 학예연구사는 전통무예에 관심이 많다. 태극권과 장백무예, 당랑권 등을 실제 취미로 삼고 배웠을 정도로 실력 또한 겸비하고 있다. 그런 그가 활쏘기에 마음을 두게 된 계기가 궁금했다.
 
“우리나라를 대표할 무예라고 하면 단연 활쏘기라고 생각합니다. 기회가 있으면 꼭 배워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던 차에 박물관과 황학정서울 종로에 위치한 활터이 연계하여 진행한 국궁교실 프로그램을 계기로 활쏘기와 인연을 맺었습니다. 활쏘기는 마냥 힘만 들인다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몸 전체가 균형을 잡고, 호흡을 조절해서 당겨야 하는, 모든 과정마다의 바른 자세와 균형이 필요한 운동이에요. 그 매력을 비로소 알게 된 것이죠.”
 
우리 활쏘기에서는 다섯 발 쏘는 것을 1순이라 하는데, 1순을 끝내면 과녁으로 가 자신의 활을 주워 돌아온다. 10순을 쏜다고 하면 적어도 2~3시간은 소요되는 과정이다. 이순신 장군은 임진왜란 중에도 하루 10순씩은 꼭 쏘았다고 하는데, 이 10순 쏘는 것이 보통 일이 아니라고 이성곤 학예연구사는 손을 내저었다.
 
“활을 당기려면 어깨 힘이나 팔의 힘보다 허리 힘이 중요합니다. 두 발이 정확하게 땅을 딛고, 하체가 탄탄하게 지탱한 상태에서 하체로부터 올라오는 힘으로 활을 당겨야 흔들림 없이 제대로 당길 수 있습니다. 그 상태에서 집중하면서 화살이 과녁을 향해야 하죠. 정말 말 그대로 전신운동입니다. 1순을 쏘고 나면 휴식을 취해야 해요. 전심전력을 쏟아 하는 일이니 운동량이 대단하지요. 그러니 하루 10순을 쏜다는 건 정말 대단한 일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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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의 활터 모습. 활을 쏘기 위해서는 몸의 균형과 바른 자세가 중요하다.

 
사람은 저마다의 ‘궁력’이 있다. 활을 당기는데 드는 힘을 말한다. 활을 쏘는 데에 적잖은 힘이 필요한데도 활터에 70, 80대의 어르신들이 찾으시는 이유는, 바로 자신의 궁력에 맞춰 즐기면서 활을 쏠 수 있기 때문이다. 처음 활쏘기를 배우는 사람들도 자신의 몸과 힘에 맞는 활을 선택해 꾸준히 연습하면서 궁력을 키워나갈 수 있다.
 
“어떤 사람들은 욕심을 부리기도 해요. 자신이 가진 궁력보다 더 강한 활을 쏘고 싶은 거지요. 하지만 그런 경우 몸의 균형은 흐트러지고, 결국 활이 어디로 날아갈지 모르게 됩니다. 활쏘는 몸가짐으로 사람을 알아본다는 ‘관덕觀德’이 바로 여기서 비롯된 것입니다.”
 
몸과 정신의 균형감각, 자신의 분수와 처지를 알고, 스스로 제어할 수 있는 수준의 활을 고르는 겸손한 자세. 이성곤 학예연구사가 활쏘기를 ‘참 좋은 운동’이라고 말하기에는 부족함 없는 설명이었다.
 
 

경쟁은 잊고,
오로지 나만 생각하는 순간

 
그가 활쏘기를 추천하는 가장 큰 이유는 유물과 문화유산을 동시에 체험할 수 있는 특별함 때문이다.
 
“’활’이라는 유물은 전시장 유리 너머 놓인 것을 눈으로만 감상해야 하지만, ‘활쏘기’는 조상들의 문화유산을 지금의 우리가 몸으로 느낄 수 있지요. 누구보다 아이들이 꼭 활쏘기를 배워보았으면 해요. 경쟁에 지친 아이들이 상대를 이기기 위한 요령을 배울 필요 없이, 그저 나만 바라볼 수 있는, 나 스스로만 생각할 수 있는 그런 시간이 될 테니까요.”
 
스마트폰과 컴퓨터 게임에 익숙한 아이들이 우리 문화유산의 기개와 그 건강함을 느낄 수 있길 바라지만, 일정 규모의 공간이 필요한 활터는 주변에서 쉽게 지을 수 있는 곳도 아닐뿐더러 활터까지 가기 위해 품을 들여야 하는 것은 부담스럽기도 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이성곤 학예연구사가 그리는 그림이 있다. 바로 ‘가상활터’이다.
 
“요즘 도시 곳곳에 스크린골프가 설치되어 멀리 가지 않고도 골프 연습을 할 수 있는 것처럼 활터도 가상활터가 마련되면 어떨까 생각합니다. 활이 생각보다 당기기가 훨씬 어렵다는 것도 직접 느껴보고, 활 당기는 법과 과녁을 조준하는 방법 등을 익혀 쏴볼 수 있는 시스템이 있다면, 그리고 때때로 실제 활터에 가서 그간 연습한 것을 발휘해볼 수 있다면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놀이가 되지 않을까요?”
 
당연히 ‘무예’라고 생각했던 활쏘기가 운동으로 기우는가 싶더니 이내 놀이로 무게가 실렸다. 점점 ‘활쏘기’를 무엇으로 분류해야 좋을지 가늠이 되지 않아 그에게 물었다. 무예, 운동, 게임, 민속놀이 중 활쏘기는 어디에 속하는 것인지. 그리고 그의 답은 충분히 납득할 만 했다.
 
“규정할 수 없어요. 활쏘기는 모든 의미를 갖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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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_ 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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