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상형문자, 이모티콘

이모티콘 작가 호조

다음 중 당신의 메신저 대화 스타일은?
1. 문자 입력할 시간에 차라리 통화를 한다.
2. 쉼표와 마침표까지 꼬박꼬박 넣는다.
3. 이모티콘을 적절히 활용하는 편이다.
4. 이모티콘만으로도 대화 가능.

이모티콘이 뭘까. 어떤 연유로 우리의 소통 깊숙이 자리하게 되었을까. 이모티콘 캐릭터를 개발하고 디자인하는 호조 작가본명 권순호를 만나 이모티콘에 대해 이야기 나누었다.

이모티콘도 저마다 사정이 있다

이모티콘은 비교적 최근에 생긴 신조어로 Emotion감정과 Icon그림, 상징이 합쳐져 만들어진 말이다. 문자로는 그 마음을 다 전할 수 없을 때 그림이 하고 있는 표정이나 행동 등으로 그 부족함을 채우는 역할을 한다. 누군가는 어색함을 없애려고, 누군가는 장난 삼아, 누군가는 대화의 부담스러움을 돌려 말하고 싶을 때 이모티콘을 쓴다. 이모티콘의 종류나 표현이 풍부한 만큼, 쓰는 사람의 목적도 가지각색이다.

“저는 대화 창에서 말을 길게 쓰는 편이 아니에요. 단답형으로 대꾸하다 보니 화가 난 게 아닌데도 화났냐는 오해를 많이 받았죠. 그럴 때 문장들 사이에 이모티콘을 넣으면 그 감정적인 부분이 해소 되더라고요. 내 문장에는 변화가 없는데, 이모티콘 하나로 분위기가 쇄신되는 거죠.”

16년 째 그림을 그리고 있는 호조 작가가 이모티콘에 발을 디딘 것은 2011년의 일이다. 그 전까지는 <호조툰>과 미니홈피의 스킨 등을 통해 큰 사랑을 받았고, 지금은 모바일 메신저 이모티콘에서 활약 중이다. 이모티콘 시장에서 그의 이름을 논하지 않고는 이야기의 첫 단추를 꿸 수 없다.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모바일 메신저 이모티콘의 첫 캐릭터들을 탄생시킨 이가 바로 호조 작가다.

토끼와 오리, 개와 고양이, 두더지와 복숭아 등의 모습을 한 이 캐릭터들에게는 모두 스토리가 담겨있다. 토끼로 보이는 ‘무지’는 사실 토끼 옷을 입은 노란 단무지다. 겁쟁이 오리인 ‘튜브’는 작은 발을 감추기 위해 늘 오리발을 착용하며 부잣집 도시 개 ‘프로도’는 사실 잡종이라 처지 비관이 심하다. 이렇게 각 캐릭터에 스토리가 부여되면 그들이 짓는 표정이나 연출되는 상황이 보다 풍성해지고 다채로워질 수밖에 없다. 그가 아끼는 캐릭터 ‘시니컬 토끼’ 역시 만만치 않다. 캐릭터들이 짓는 표정을 보고 있으면 안쓰러운 마음이 들 정도로 파란만장하고 우여곡절이 많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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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캐릭터들을 처음 개발한 호조 작가. 그래서 ‘호조아빠’라고 불리기도 한다.

“저는 인터넷이나 예능 방송을 많이 보는 편이에요. 그 안에 시대가 다 담겨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관련 동영상이나 추천 동영상, 친구들이 주는 링크, 유머사이트 등등 파도 타듯 쭉 훑다 보면 그 안에 흐름이 파악돼요. 거기에서 영감을 많이 얻는 편이에요. 작업을 앞두고 예열하는 시간이기도 하고, 저에겐 일종의 싸움이기도 하죠.”

그에게는 최신 동영상을 보는 일이 그러니까 뉴스나 신문을 보는 일과 같은 것이다. 지금 대중이 어떤 것에 반응하고 환호하는지, 무엇에 집중하고 어떤 말을 하고 싶어 하는지가 그 안에 다 담겨있기 때문이다.

“대중은 무엇을 좋아할까 고민한 적이 있어요. 무조건 다양한 것을 만들어내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대중의 피로도를 덜어주는 것이 좋을까. 다양한 것을 만들어 자유롭게 쓰도록 하면 그것을 잘 활용할 수 있는 사람은 좋아하지만 일반 대중은 어려워해요. 반면 어느 정도의 제한을 두면 오히려 그 안에서 활발하게 활용하더라고요. 대중과 함께 가려면 콘텐츠만 진화해선 안되겠구나 느꼈죠. 조금은 단순하게, 그리고 천천히 가야 한다고요.”

이모티콘에도 역사가 있다

 

책으로만 만화를 보던 시대를 지나 웹으로, 모바일에 닿기까지, 편지나 전화로 대화하던 시대를 지나 PC기반의 메신저를 지나 모바일 메신저에 이르기까지. 돌아보면 그리 길지 않은 발전의 시간 속에 우리는 살고 있다. 그리고 그 변화의 흐름 속에 호조 작가 역시 ‘크리에이터’의 이름으로 살고 있다. 직접 캐릭터를 만들고 대중에게 선보이는 그에게 이러한 시대의 변화를 느끼는 기준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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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살 때부터 타블렛tablet digitizing, 전자펜으로 컴퓨터에 입력하는 기기를 쓰면서 노트에 그림 그릴 일이 거의 없어졌어요. 몇 년 전에 스페인 산티아고 여행을 하면서 노트에 펜으로 그림을 그리려는데 처음에 생각처럼 안 그려져서 당황스럽더라고요. 자꾸만 Ctrl+Z실행 취소 단축 키 누르고 싶어지고.웃음 기기의 발달로 갖게 된 습관이겠죠.”

그는 이러한 변화를 이모티콘 전시에 적용해보아도 흥미로울 것이란 말을 보탰다. 모바일 메신저가 일상화 되기 전, 사람들이 집에 들어와 컴퓨터를 켜고 메신저에 로그인하는 과정이 있었기 때문에 PC와 웹을 기반으로 한 이모티콘이 개발, 성장했고, 이것이 현재의 모바일로 이어지면서 또 다른 변화를 낳았기 때문이다.

“모바일만 이야기 해도 차이가 커요. 약 15년 전만 해도, 당시의 핸드폰 화면에는 흑백의 점으로만 이미지를 구현할 수 있었어요. 그림의 외곽선도 계단식으로만 표현할 수 있었고요. 그걸 만들기 위한 작업 방식도 지금과는 굉장한 차이가 있어요. 그림이 더 그림다워진 것은 물론이고, 움직임 없던 그림에서 이제는 움직임에 소리까지 입힐 수 있게 되었거든요. 이러한 차이를 바탕으로 이모티콘의 발전을 보여주면 재미있을 것 같아요.”

 

이모티콘에 다 들어 있다

 

언제, 어디서나, 누구와도 간단하게 소통할 수 있는 메신저와 SNS은 삶의 반경을 무한대로 넓혔고, 거리감은 좁혔다. 그 안에는 이모티콘의 눈부신 활약이 있다. 상대가 나의 모어를 몰라도, 혹은 내가 상대의 모어를 할 수 없어도 이모티콘이 짓고 있는 표정 하나만으로도 그 마음이 충분히 전달되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의 메신저나 SNS를 보아도 기본적인 감성은 모두 비슷한 것 같아요. 제 작업의 특성 중 하나가 이모티콘에 가급적 텍스트를 잘 넣지 않으려는 것인데요. 이모티콘의 해석이나 쓰임을 이용자들에게 맡기고 싶기 때문이에요. 앞뒤 문장에 따라 그 이모티콘의 의미가 자유로울 수 있도록.”

아마도 그것이 바로 이미지가 갖는 힘일 것이다. 텍스트로는 다 할 수 없는 마음을 담아 전하는 힘. 표정이나 행동에 사람들의 의식을 담아내고, 삶의 방식을 담아내는 것이 이모티콘이라는 언어의 문법이자 이모티콘의 역할이다. 국경에 가로막히지도, 별다른 학습도 필요하지 않은 새로운 언어.

“원시시대 동굴 벽에 그려진 상형문자가 발전한 것이 지금의 이모티콘 아닐까요? 우리가 원시시대의 벽화를 통해 당시의 생활을 예측해보듯 먼 미래에서 지금을 더듬어 볼 때 이모티콘을 연구할 수 있겠죠. 그 안에 담긴 메시지를 해석하거나 쓰임을 파악하거나. 그만큼 우리의 일상을 상징할 수 있는 언어라고 생각합니다.”

또 새로운 기기가 등장한다면, 또 새로운 이모티콘이 개발될 것이라고 호조 작가는 예측했다. 사람들의 삶과 같은 호흡으로 이모티콘도 살아가고 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예나 지금이나 무언가에 자신을 투영해 그 마음을 전하는 은유의 삶을 살아간다. 그것은 그림이기도 하고, 옷이기도 하며 때론 노래가 되기도 한다. 이모티콘 또한 마찬가지이다. 지금 대중의 정서와 소통의 방식, 사람들을 대신하여 이모티콘이 말하고 있다.

호조 | 권순호, 캐릭터 디자이너
쓰고 싶은 이모티콘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은 무척 기쁘지만, 정작 부끄러워 잘 쓰지 못한다는 수줍은 사람.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의 대표 캐릭터인 ‘카카오프렌즈무지, 프로도, 네오, Jay-G, 어피치, 튜브를 개발한 장본인. 싸이 5집 〈PSYFIVE〉와 6집 〈강남스타일〉의 캐릭터 디자인을 맡아 전세계적인 사랑을 받았다. 자신의 캐릭터를 만드는 애플리케이션 ‘모두의 얼굴’을 개발했고, 현재 ‘시니컬토끼’, ‘헬로브라운’, ‘말괄량이 베키’ 등의 이모티콘을 선보이고 있다.

글_ 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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