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미옥 큐레이터가 추천하는
<조각보>

잇고 이어서 잇다

보자기는 물건을 싸거나 덮기 위하여
자투리 천이나 헝겊을 이용해 만든 것으로, 그 형태 또한 다양하다.
보자기는 물건을 싸서 보관하거나 운반하는 용구일 뿐만 아니라
자신이 가진 것을 남에게 나누어 주거나,
다른 이의 잘못을 덮어주는 우리네의 정을 상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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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시대에 만든 조각보.
자투리 견직물과 모시 등을 격자 형태로 붙여서 만들었다.
국립민속박물관 소장.
‘조각보’
국립민속박물관을 상징하는
로고의 바탕이 되다

국립민속박물관 상설전시 2관 <한국인의 일상> 겨울 코너 가장 끄트머리에서 소개하고 있는 소박하고, 때론 화려한 조각보의 설명글이다. 한 해가 저물고 새해가 다가오는 깊은 겨울, 서로의 허울과 잘못을 이해하고 덮어주려는 마음이 조각보 한 땀 한 땀에 어려있다.

조각보는 작은 천 조각을 이어 만든 보자기이다. 쓰고 남은 옷감이나 헤져 버려야 할 옷감의 일부만을 오려 하나의 천으로 만드는, 우리 조상들의 검소함과 소박함, 정성이 그대로 담긴 유물이다.

“이어령 선생이 쓰신 <이어령의 보자기 인문학>이라는 책에 한국의 보자기와 서양의 책가방에 대해 비교한 부분이 있어요. 가방은 모양이 정해져 있어서 그 모양에 맞는 물건을 넣어야 하지만, 우리 보자기는 모든 걸 담을 수 있다고 했어요. 병을 싸면 병 모양이 되고, 책을 싸면 책 모양이 되고, 또 바닥에 깔면 깔개가 되지요. 그런 보자기의 쓰임이 참 인상 깊었어요.”

전시디자인을 담당하고 있는 최미옥 학예연구사의 추천 유물은 바로 ‘조각보’다. 물건을 담는 용도이지만 물체의 생김새나 부피에 큰 구애를 받지 않고 물건에 맞추어 자유자재로 제 모양을 달리하는 보자기의 역할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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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보를 모티브로 한 국립민속박물관의 MI
“2011년, 국립민속박물관의 MIMinistry Identity, 국가기관의 로고 개선 작업을 진행했어요. 우리 박물관이 가진 정체성과 지향점 등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했죠. 그 모든 것을 아울러 하나의 의미로 정의하는 일이 쉽지 않았어요. 그때 문득, 이어령 선생의 ‘보자기론’이 떠올랐어요. 국립민속박물관에서 다루는 민속의 범위가 넓기도 하지만, 앞으로 해야할 일들 또한 정형의 것이 아니라 마치 보자기 같은 일이지 않을까. 그래서 조각보를 모티브로 구상해봐야겠다고 결정했죠.”

그렇다면 보자기가 아닌, ‘조각보’여야 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퍼즐은 조각들의 자리가 모두 정해져 있잖아요. 하지만 조각보는 천 조각들이 각자 어떤 자리로 가게 될지 알 수 없어요. 그러나 그것이 하나로 이어졌을 때, 예쁜 패턴을 이루고, 하나의 면을 만들어내죠. 박물관에서 함께 일하는 모든 사람들의 역할이 유기적으로 이어져 하나의 목표를 이룬다는, 그런 의미를 담고 있어요.”

 

조각으로 이루어진 MI는 우리 전통의 삼원색을 담고 있다. 가운데의 하얀 바탕은 실은 아무 색도 아닌 무색으로써, 무에서 유를 찾는다는 뜻을 실었다. 뫼비우스의 띠처럼 끊임없이 회전하는 것은 박물관이 계속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상징한다.

 

“단순히 MI를 바꾼다는 것보다 이를 통해 관련 상품들이 계속해서 개발, 적용될 수 있다는 것에 의의가 있어요. 명함, 출입증, 봉투 등은 물론 전시장에 상주하는 직원들의 유니폼도 개선 되었죠. 또 박물관 내의 실내디자인 또한 통일성을 갖게 됐어요. 하나의 기준으로서, MI가 역할을 하게 된 겁니다.”

 

각자의 역할을 이어
새로움을 창조하다

최미옥 학예연구사가 조각보를 좋아하는 까닭이 하나 더 있다. 전시와 조각보가 닮아있기 때문이다.

“전시를 만드는 일이 조각보 같다는 생각을 하곤 해요. 예전에 비해 박물관의 업무가 세분화되어 기획, 디자인, 영상, 홍보, 공간 등 각자 소속된 파트에 따라 업무가 배분돼요. 하지만 모두의 목표는 ‘하나의 관점을 표현한다’는 것이죠. 갑자기 무엇이 툭 떠올랐다고 모든 것이 이루어지지 않듯, 전시 또한 기획 초기부터 끊임없이 회의를 하고 의견과 아이디어를 공유해요.”

최미옥 학예연구사는 <밥상지교> 기획 당시의 이야기를 보탰다. 한국과 일본 식당이 교차되는 3면 영상 코너는 김창호 학예연구사의 아이디어를 조소현 학예연구원이 발전시켜 완성했고, ‘밥상지교’라는 타이틀은 김미혜 학예연구원의 발상이었지만 김창호 학예연구사가 그것을 중심으로 모든 이야기를 이끌었으며, 자개상을 모티브로 하면 좋겠다는 최미옥 학예연구사의 아이디어를 김미혜 학예연구원이 잘 완성해 냈다.

“이렇게 전시는 혼자의 힘이 아니라 개개인의 역량과 예측할 수 없는 여러 가지 상황들이 다 같이 만들어내는 작업이라고 생각해요. 조각보와 닮았죠. 천 조각들만으로는 어떤 쓰임으로 어떤 역할을 하게 될 지 알 수 없지만, 완성한 후에는 그 어떤 천 조각도 허투루 자리하고 있지 않아요. 모든 조각이 하나의 조각보를 완성하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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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이 다른 것들이 모여
하나의 결을 이루는 미학

박물관은 그 자체로도 하나의 전시가 되어야 한다. 전시물을 디자인 하기 위해 일부 공간만을 보기 좋게 꾸미는 것이 아니라, 박물관 정문을 들어오는 순간부터 나서는 순간까지 모두 전시 디자인의 일환으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 사인, 브로슈어, 박물관숍, 카페, 전시실 등 모든 곳에서 관람객은 시각적 체험을 하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것이 하나의 이미지를 만들어 내야 한다는 것이, 최미옥 학예연구사의 생각이다.

“전시는 좋았으나 전시실까지 찾아가기 힘들었다거나, 전시를 본 후에 차를 마시거나 기념품을 사러 갔을 때 기분이 좋지 않았다면, 박물관에 대한 총체적 경험에는 오류가 발생하죠. 전시 디자인의 범위는 박물관 전체여야 해요. 그리고 그런 의미에서 조각보는 또 한번 이어진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결국 ‘박물관’은 ‘조각보’다. 결 다른 색색의 조각들이 모여 하나의 면을 이루듯, 수많은 의미들이 모여 하나의 뜻을 담아낸다. 그 안에 우리가 가져야 할 마음가짐 또한 포함되어 있다. 조각보의 아름다움이 현재에도 이어지는 이유이다.

인터뷰_ 최미옥 전시운영과 학예연구사
글_ 편집팀

2개의 댓글이 등록되었습니다.
  1. 조각보와 전시가 디르지 않다라는 말이 정말 마음에 듭니다. 짜투리 천이 모여 조각보를 이루듯, 전시계획자와 관람객, 전시품과 박물관이 좋은전시를 이룬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전시가 국립민속박물관만의 개성을 정립해가는 첫 단추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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