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을 지키는 사람들

2015 국립민속박물관 문화동반자를 만나다

러시아와 미얀마, 말레이시아, 중국의 박물관 큐레이터들이 국립민속박물관을 찾았다. 이들은 지난 6월부터 11월까지 진행된 <2015년 국립민속박물관 문화동반자 사업 ‘국외 박물관 전문가 연수’>에 참여하는 문화동반자들이다. 한국 문화의 이해 및 홍보가 가능한 국외 전문가 풀을 확대하고 상호문화 이해 및 협력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운영되고 있는 이 문화동반자 사업에서, 그들은 어떤 것을 얻었을까. 6개월간의 연구를 마치고, 헤어짐을 며칠 앞둔 바람 찬 날, 네 명의 문화동반자를 만났다.

 
 

Q. 문화동반자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티엔 리리Tian Lili, 중국 북경민속박물관_ 2011년, 앞서 국립민속박물관의 문화동반자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동료의 추천으로 신청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일하고 있는 북경민속박물관과 국립민속박물관의 어린이박물관은 서로 활발히 교류 중이어서, 프로그램 참여가 저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어요. 사실 중국은 어린이 전시에 비해 어린이 교육의 비중이 낮아 그에 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국립민속박물관 어린이박물관은 개관 이후 엄청난 발전과 성과를 이뤘기 때문에 이번 연구가 더욱 특별했죠.

 

시티 라비아 압둘 라만Sitti Rabia Abd Rahman, 말레이시아왕립박물관_ 저는 말레이시아왕립국립박물관 소속으로 지류종이 유물 보존에 특히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말레이시아는 습하고, 건조하고, 또 더운 기후이기 때문에 지류 유물을 보존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국립민속박물관 유물과학과에서 한국의 체계적인 지류 유물 보관 방법 및 시스템을 배운다면 말레이시아에도 적용할 수 있을 거란 기대로 이번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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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온 티엔 리리과 러시아에서 온 엘리자베타 니코노바.
두 사람이 국립민속박물관의 ‘추억의 거리’에서 가장 마음에 들어했던 전차 안에서.

 

메이 비 엉May Pyae Aung, 미얀마국립박물관_ 전 미얀마의 카친Kachun 주에서 태어난 카친족입니다. 미얀마의 소수 민족 중 하나이지요. 제가 일하는 미얀마국립박물관은 올해 7월에 개관했습니다. 20개의 전시실 중 6곳만 운영되고 있는데, 이후 오픈 하게 될 전시실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정보를 얻고 싶어 문화동반자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우리 카친족이 가지고 있는 문화와 생활방식을 소개할 수 있는 전시를 기획하고 싶어 국립민속박물관 전시과에서 근무하며, 그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엘리자베타 니코노바Elizaveta Nikonova, 러시아 북방민족의 역사와 문화 야쿠츠크 주립박물관_ 러시아와 한국의 전통 놀이에는 비슷한 것이 많아요. 가장 대표적인 것은 ‘씨름’과 같이 힘을 겨루는 힘겨루기 놀이인데요. 이 외에도 팔씨름, 게줄다리기 등은 야쿠츠크와 유사성이 많습니다. 그래서 두 나라의 전통 놀이를 비교하고 어떻게 계승할지 방안에 대해 살펴보고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Q. 6개월 동안 어떤 연구를 진행했나요? 자신의 연구 내용을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세요.

 

메이 비 엉_ 저는 ‘경기도 특별전’과 ‘징비록’, 상설전시의 전시를 분석해서 카친 전통 Manau 축제 특별전시회 개최 준비를 하는 것을 목표로 했어요. 특히 국립민속박물관의 한국인의 삶을 다룬 상설전시는 올바른 전시의 표본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연에 순응하며 살던 사람들이 자연을 이용하게 되고, 생산력 발전과 함께 국가가 등장하는 과정을 잘 보여주고 있어요. 또 1년 주기로 반복되는 농경생활, 사계절의 변화에 따른 삶의 형태, 그리고 한국인의 일생을 다룬 것까지 모두 인상적이었죠. 제 연구에서 습득한 단계별 전시과정은, 미얀마로 돌아가 제가 꾸려갈 전시에 튼튼한 밑거름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시티 라비아 압둘 라만_ 제가 진행한 연구는 국립민속박물관 유물과학과의 지류유물보존에 관한 것입니다. 말레이시아 정부 내 박물관 부서가 생긴 것이 1963년이에요. 이 부서에서는 국제문화재보존복구연구센터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산하 박물관의 다양한 유물을 관리하고 있는데요. 특히 말레이시아 날씨로 훼손되는 지류와 고서의 새로운 관리 및 보존법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정부 산하 부서에서 수집하는 유물인 만큼 역사적, 문화적 가치가 높은 자료이기 때문에 지류 및 고서 유물의 관리와 보존 방법은 중요하죠. 제가 이번 기회를 통해 배운 지류의 유물보존 전문지식과 유물 등록, 보존, 핸들링 및 보관방법에 대한 프로세스와 기술은 말레이시아의 지류유물 보존에 큰 도움이 될 겁니다. 또 귀국 후에 말레이시아에서 새롭게 규정될 유물보존관리 표준 지침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 생각해요.

 

엘리자베타 니코노바_ 어느 민족 문화에서나 힘을 겨루는 놀이는 공통적으로 등장해요. 과거에는 수렵, 군사훈련, 성인식, 대동단합, 풍수기원, 종교적 의례 등 다양한 목적에서 힘겨루기가 다루어졌습니다. 저는 개인 힘겨루기를 중심으로 야쿠츠크와 한국 두 나라의 놀이를 살펴보았어요. 한국의 대표적인 놀이는 ‘씨름’이죠. 신체의 일부를 이용하거나 몸 전체를 이용해서 힘을 겨루는 놀이입니다. 신체의 일부를 이용하는 목씨름, 팔씨름, 다리씨름 등과 몸 전체를 이용하는 일반적인 씨름으로 구분되는데요, 몸 전체를 이용하는 씨름은 현대 레슬링으로 발전했다는 것을 이번 연구를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이 연구를 토대로 야쿠츠크와 한국의 힘겨루기 놀이의 교류와 향후 연구 등에 기여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티엔 리리_ 중국에는 아직 어린이박물관이 몇 되지 않아요. 더 많은 어린이박물관의 신설은 물론, 이론적 생각, 교육방법 등 다양한 어린이프로그램이 필요하죠. 반면 국립민속박물관 어린이박물관은 개관 이후 민속박물관만의 특색 있고, 흥미로운 전시와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발전시켜 왔습니다. 이번 연구 기간 동안 어린이교육의 방향과 교육프로그램 과정, 구조 등을 알아보기 위해 직접 현장조사도 하고 담당자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다양한 성공 사례를 접했어요. 이를 통해 배운 한국의 혁신적인 어린이박물관 교육 시스템을 중국 어린이박물관에 잘 심어서 훌륭하게 뿌리내릴 수 있도록 노력하려고 합니다.

 
 

Q. 각자의 나라로 돌아가실 날이 얼마 남지 않았어요. 이들을 만난 날은 귀국 딱 이틀 전이었다. 고국으로 돌아간 뒤 국립민속박물관에서의 경험을 어떤 방식으로 접목하실 생각인가요?

 

시티 라비아 압둘 라만_ 말레이시아박물관의 설립 목적 중 하나는 유물과 유물이 간직한 전통을 국민에게 알리고, 내외국인 관람객들이 유물을 더욱 쉽게 접할 수 있게 하여 말레이시아 문화의 우수성을 널리 전파하는 것입니다. 국립민속박물관에 와서 놀랐던 것은 아카이브 시스템을 통해 온라인으로 유물의 사진과 간단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것이었어요. 게다가 정부 방침으로 출처만 밝히면 그 정보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는 점에 또 한 번 놀랐습니다. 말레이시아로 돌아가면, 한국에서 제가 경험한 것들을 토대로 사람들이 유물의 정보를 쉽게 접하고, 또 박물관과 친숙해질 수 있도록 노력하려 합니다.

 

메이 비 엉_ 미얀마국립박물관은 올해 개관했습니다. 전시관만 20개가 넘는 큰 규모의 박물관이죠. 하지만 지금 운영되고 있는 전시관은 6개뿐이에요. 미얀마에 돌아가면 국립민속박물관에서 보고 배운 전시 프로세스를 바탕으로 유물의 배치 및 전시 방법 등에 대해 체계적이고 심도 있게 논의하려고 합니다. 또 최근 미얀마는 다문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어떤 언어를 어떤 방식으로 기록할지 등에 대한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오른 상태이기 때문에, 전시장에서의 언어 배치에 대해서도 심도 있게 살펴보았어요. 이것 역시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입니다.

 

엘리자베타 니코노바_ 앞서 말했듯 저의 이번 프로그램의 연구 주제는 한국의 전통 놀이와 러시아의 전통 놀이의 비교 분석이었습니다. 한국의 씨름과 러시아의 힘 겨루기, 한국과 러시아의 머슬레슬링 등 세 개의 놀이에 대해서 간단한 연구를 진행했는데, 러시아로 돌아가면 이 연구를 계속해서 심도 있게 진행할 생각입니다. 구체적인 방안이나 계획에 대해서는 조금 더 고민해보아야 겠지만요.

 

티엔 리리_ 사실 처음부터 어린이 교육에 목표를 두었던 것은 아닙니다. ‘민속’이라는 주제를 박물관에 접목시키고 교육할 방법에 대해 고민했었는데요. 연구를 지속할수록 중국의 어린이 교육에 부족한 점이 많으며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중국에 돌아가면, 민속을 어린이들에게 효과적으로 전할 방법을 찾는데 주력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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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의 메이 비 엉과 말레이시아의 시티 라비아 압둘 라만.
두 사람이 선 곳은 태흥활자인쇄소 앞.
 
 

Q. 낯선 나라에서의 6개월,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을 텐데요. 다음에 참여하게 될 예비 문화동반자들이 준비해야 할 것이 있을까요?

 
엘리자베타 니코노바_ 어느 정도 한국어를 익힌 후에 오는 편이 좋을 것 같아요. 제 경우 한국에 처음 도착해서 일주일이 가장 힘들었어요. 아무래도 말이 통하지 않으니 의사소통에 대한 부분이 가장 큰 걸림돌이었죠. 그런데 제 외모가 한국인과 많이 닮아서인지 길을 걷고 있으면, 한국인들이 내게 길을 물어보기도 했어요. 물론 대답해주지는 못했지만요.웃음

 

티엔 리리_ 어린이박물관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찾아봐야 할 자료도, 읽어야 할 자료도 꽤 많았는데, 이것들이 대부분 한국어로 작성되어 있으니 저에게는 쉽지 않은 과정이었어요. 담당 학예연구사분들과의 의사소통에도 답답할 때가 많았지요. 그래도 이런 저의 작은 노력이 점점 힘을 얻어 중국 어린이 교육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로 열심히 했습니다.

 

시티 라비아 압둘 라만_ 질문을 받고 딱 두 개가 떠올랐는데요. 하나는 저 역시도 언어에 대한 어려움이고, 또 하나는 음식에 제약이 많았다는 점이요. 언어가 익숙지 않으면 다른 분들과 같이 연구 분야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하거나 공부를 하기에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어요. 그 점이 아쉬웠어요. 그리고 음식의 경우, 제가 이슬람이다 보니 먹지 못하는 것이 많았죠. 이 때 주변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번도 내색하지 않았다’며 그녀를 칭찬했다. 주말에 문화동반자 친구들과 이태원에 있는 우주베키스탄 음식점에 자주 갔어요.웃음

 

메이 비 엉_ 저 역시 언어적인 문제였던 거 같습니다. 그동안 주 2회 경희대학교 어학당에서 한국어를 배웠어요. 한국말이 복잡하거나 어렵지는 않았는데, 막상 배운 말을 활용할 기회가 많지 않았던 것이 문제였던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아쉬운 것은, 저희가 머물렀던 기간이 국립민속박물관 전시운영과가 굉장히 바쁜 시기였다는 것이요. 담당자분들과 더 친밀한 시간을 보내지 못한 것 같아 많이 아쉬워요.

 
 

Q. 마지막으로 한국에서의 6개월에 대한 소감을 들려주세요.

 

시티 라비아 압둘 라만_ 박물관 내에서의 교류나 연구 이외에도 한국의 거리를 걷고, 음식을 먹고, 사람들을 만나면서 한국에 대해 많이 보고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정말 뜻 깊은 시간이었어요.

 

엘리자베타 니코노바_ 저는 한국의 산이 참 좋습니다. 등산을 많이 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이번 프로그램은 제가 모르던 한국의 다른 면을 많이 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메이 비 엉_ 눈을 정말 보고 싶었는데, 가기 전에 눈이 올지 모르겠네요.웃음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이곳에서의 시간이 우리 박물관을 위해 일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거라 믿어요.

 

티엔 리리_ 다섯 살배기 딸을 6개월만에 만나게 돼요. 혼자 한국에 와있는 것이 많이 미안했는데, 이렇게 멋진 공부를 했다는 걸 알면, 딸도 엄마를 자랑스러워 할 거라 생각해요.

 

인터뷰 다음날, 서울에는 첫눈이 내렸다. 한국에서 보낸 시간을 기념이라도 하듯, 또 돌아가 박물관을 위해 힘쓸 그들을 응원이라도 하듯. 그들이 한국에서 보낸 지난 6개월은 단순한 문화의 교류를 넘어 생각, 마음, 감정을 교류하는 시간이었다. 그들이 변화시키고 발전시켜나갈 박물관의 미래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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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통역_ 조혜인 연구원 | 국립민속박물관 섭외교육과
글·사진_ 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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