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레이터 박성희가 추천하는
바둑판

한 수 한 수 음계音階 되어 울리다

낙동烙桐한 검은 오동나무판을 몸통으로 하고,
붉은 빛이 감도는 참죽나무로 기반棋盤 테두리를 하여
검은색과 붉은색이 조화로울 뿐, 별다른 꾸밈이 없이 소박하기만 하다.
그렇지만 바둑돌을 놓을 때 소리가 울리도록 속이 비어 있고
기반 밑 금속선이 소리를 더욱 맑게 울린다.
거문고와 가야금이 오동나무의 울림통으로
속 깊은 소리를 내는 것처럼
오동나무 바둑판에는 단순히 승패를 가르는
놀이도구 이상의 정취가 숨겨져 있었다.

 

보존처리를 위하여 유물을 다루다 보면 그 품격이나 완성도와는 상관없이 더 애정이 가는 우리의 옛 물건들이 있다. 여기에 소개하는 가로×세로 각 40.5cm에 높이 31.0cm인 바둑판이 그러했다.

 

『三國史記』1), 『高麗史』2), 『周書』3) 그리고 중국의 『舊唐書』4) 등의 문헌에서도 바둑에 대한 기록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바둑은 삼국시대부터 이미 광범위하게 보급된 고대 한국의 주요한 놀이도구였다. 국내에서 확인되는 가장 오랜 형태의 바둑판은 경주 분황사에서 출토된 것이다. 규격은 현대의 것과 거의 유사하나 줄의 숫자가 가로 세로 각 15줄로 현대 바둑판의 19줄과는 차이가 있으며, 화점5)을 표기하지 않았다. 또한, 14세기 전반의 신안 해저 유물선에서 15줄짜리 목제 바둑판이 인양되기도 했다.

 

한•중•일 삼국의 바둑 문화 전통이 긴 만큼 각국의 지역성과 민족성의 특색대로 대국형식이 발전되어왔는데 한국에서는 일제강점기6)까지 순장바둑7)이 두어졌다. 순장바둑은 17개의 화점을 배치함으로써, 포석 단계가 생략된 단순한 방식의 바둑으로, 1895년 펜실베니아대학 고고학 박물관 관장을 역임하였던 스튜어트 컬린Stewart Culin이 저술한 『KOREAN GAMES』한국의 놀이8)에도 소개되었듯 한국만의 고유한 바둑기법으로 전래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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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의 오동나무 바둑판은 현재 투박한 금속성의 울림만 남았을 뿐 제작 당시의 그 청아했을 울림은 사라지고 말았다. 이를 재현하기 위해서는 파손되어 기수리 되었던 바닥판을 제거하고 새로운 바닥판으로 교체하여야만 가능하다는 결론을 얻었다. 그러나 보존과 복제의 영역은 엄연히 다르므로 결국 기록을 남기는 것에서 마무리하였다.

 

일반 가정뿐 아니라 기원棋院어디에서나 원목 통판의 형식으로 제작된 일본식 바둑판이 사용되는 지금, 울림을 목적으로 속을 비운 우리의 전통바둑판과 순장바둑은 우리의 안타까운 역사로만 남았다.

1) 『三國史記』 <百濟本紀> 제3권 ‘개로왕편개로왕 21년, 475년’ 고구려의 승려 도림이 백제의 개로왕과 바둑을 두었다는 이야기가 전함.

2) 『高麗史』 13세기 중엽 곽희분, 조정홍이라는 사람이 몽골까지 바둑원정을 간 기록이 있음.

3) 『周書』 백제에서 널리 보급된 오락으로 바둑을 소개함.

4) 『舊唐書』 고구려인이 바둑, 투호 등을 즐기며 바둑을 오락수단임에 동시에 군사가들이 전술을 연마하는 수단으로 애용하였다고 기술하였음.

5) 화점 바둑판 위에 표시된 점

6) 일제강점기의 바둑 1937년 유진하柳鎭河•채극문蔡極文 등 당시의 유명기사들이 현대화의 기치 아래 순장바둑 철폐결의를 함. 이후 화점 9개의 일본식 바둑만 두어져서 현재 순장바둑의 기법은 전해지지 않음.

7) 순장바둑 일본 正倉院쇼소인에 보관되어 있는 백제 의자왕이 일본 왕실에 선물하였다는 목화자단기국木畵紫檀碁局이 순장바둑의 17개 화점을 가지고 있으나 원산지에 대한 이견이 분분함. 따라서 정확한 기원이 언제부터인지는 알 수 없으나, 1712년 숙종 때의 학자 김창업金昌業이 지은 <老稼齋燕行錄>에는 ‘중국에서 바둑을 두었는데 처음 배자排子가 없는 것이 달랐다.’는 기록이 있음. 이는 우리와 중국 바둑의 화점 차이에 대한 기록으로 이미 1700년대 이전에 우리가 순장바둑을 두어왔음을 알 수 있음.

8) 『KOREAN GAMES』 Stewart Culin 저, 윤광봉 역, 2003, 열화당. p167
“한국의 바둑판은 일본의 것과 다르다. 한국 바둑판은 속이 빈 테이블 형태로 만드는 반면, 일본 것은 속이 꽉 찬 통나무로 만든다. 한국의 바둑판은 소리가 울린다. 안에는 철사를 쭉 반듯하게 배열함으로써 바둑알을 놓을 때 음계 소리가 나게 한다.”

글_ 박성희 |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
* 명지대학교 바둑학과 남치형교수님이 도움 주셨습니다.

1개의 댓글이 등록되었습니다.
  1. 제가 알고 있는지인이 맞는지 궁금하여 댓글남겨봅니다 오래전 연락이 끊어진지인이라 맞으시다면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010 5258 3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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