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화보존실에서의 특별한 10개월

국립민속박물관 인턴기

박물관에서는 회화 문화재를 어떻게 보존하고 관리할까?

대학에서 한국화를 전공한 저는 현대미술보다는 고미술에 관심이 많았고, 그 안에 담긴 이야기가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졸업 후 회화문화재 복원, 보존을 공부하고 모사하다 보니 우리나라 회화문화재들이 어떠한 환경에서 관리되고 있는지, 또 어떻게 유물을 보존 처리하는지 그 현장이 보고 싶어 국립민속박물관 유물과학과 서화보존실 인턴을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사소한 것에서 시작되는 유물 보존처리

국립민속박물관 보존과학실은 서화, 목재, 섬유, 금속, 분석실로 나뉘어 있습니다. 제가 일하는 서화보존실은 지류나 비단 등 서화와 관련된 유물을 보존 연구하는 곳입니다. 1년 간의 정기 인턴십 오리엔테이션 후 배치 받았던 서화보존실에서의 첫 날은 작업내용과 과정, 주재료에 대한 설명과 위치 등에 대한 교육으로 시작했습니다. 유물에 대한 안전교육도 받았는데요. 미숙한 상태로 유물을 다루다가 발생할 수 있는 또 다른 훼손을 방지하고, 유물에 손상을 입힐 수 있는 물과 불은 물론, 물건을 이동하거나 손으로 만지는 것도 주의를 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이렇게 교육을 듣기 전에는 유물을 직접 만지며 볼 수 있다는 설렘이 가득했는데,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던 것 같아 부끄러우면서도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본격적인 업무가 시작되었습니다. 서화보존실에서 필요한 기초작업부터 보존처리 보조까지 다양한 일을 하게 되었죠. 서화보존처리에는 여러 기초작업이 필요한데, 준비 과정만으로도 며칠이 걸리기도 합니다. 건식클리닝에 사용되는 지우개 갈기, 유물이 찢어지거나 갈라진 부분을 연결하는 띠 만들기, 유물 뒷면을 배접할 때 사용하는 미수지 연접하기 등 기초 작업이라고 하지만 종류도 다양하고 양도 상당합니다.

유물에 꼬까옷 입혀주는 사람들

일례로 서화 보존에는 풀이 매우 중요한데요. 풀은 밀가루를 물에 장시간 풀어두었다가 단백질을 제거하고 전분만 남겨 제작한 동양의 전통적인 접착제입니다. 매주 윗물을 갈아주어야 하는, 제가 하는 기초 작업 중 손이 가장 많이 가는 작업이기도 합니다. 3:1 비율로 쑨 풀을 체에 걸러낸 뒤 용도에 따라 농도를 맞춰 사용합니다. 그리고 담가 두었던 풀 일부를 일 년에 한 번 대량으로 쑤어 독에 넣어두고 몇 년간 보관하여 삭혀서 사용하지요. 사실 학교에서 작업할 때는 단시간에 만들어 사용했기 때문에 쉽게 쓰고 쉽게 버리곤 했었지만 이곳에서 직접 풀을 대하면서 조금의 양도 허투루 쓰지 않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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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 작업을 배운 후, 건식•습식 클리닝, 결손부 보강, 배접, 액자틀 제작 등 보존처리의 본격적인 작업을 보조하게 되었습니다. 훼손된 유물을 처음 보았을 때는 복원이 가능할까 싶었는데요. 과정을 모두 보고 나니 마치 오래된 그림에 꼬까옷을 입혀주는 느낌이었습니다. 찢어진 부분을 이어주고 보강하다 보면 조금씩 형태가 드러나고, 뿌옇게 보이던 그림들이 하나 둘씩 제 색을 되찾게 됩니다. 참 신기하기도 하고 감탄스럽기도 합니다.
더불어 수장고에 있는 유물에 대한 상태를 유물번호, 제작시기, 재질, 크기, 유물의 상태, 보존처리 방법 등 상태조사카드에 작성하고, 보존처리가 끝난 유물들을 정리해 보존처리 기간, 보존처리 방법, 보존처리 전과 후의 사진 등을 표준유물시스템 입력하는 작업도 진행했는데요. 이 작업으로 박물관 소장품을 사진으로나마 많이 접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내용을 입력하면서 유물 상태에 따라 보존처리 방법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배울 수 있었죠.

이론만으로 알 수 없는 것들을 배운 10개월
일하며 느낀 보존과학실은 생각보다 더 체계적이고 철저한 곳이었습니다. 소중한 유물을 다루는 곳이다 보니 항상 조심해야 하는 공간이죠. 하나의 유물을 보존하기 위해서는 인문학적 연구를 비롯해 유물의 상태, 손상 정도와 크기 등 모든 것을 파악하고, 보존처리에 필요한 재질조사와 안료분석 그리고 적외선 촬영 등 철저한 조사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추측보다는 사실에 근거해야 하고, 정확한 내용을 파악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들여야 하죠. 이렇게 현장에서 경험하면서 더욱 알게 된 것이 많습니다. 몰랐던 사실을 새로이 알게 되기도 하고, 이론만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을 직접 보고 들으며 공부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인턴으로 첫 발을 내딛은 그 날은 추운 겨울이었습니다. 처음에는 1년이 긴 것 같았는데, 인턴 생활이 두 달 남짓 남아있는 지금, 다시 겨울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10개월이 언제 이렇게 빨리 지났는지 아쉬움이 많이 남네요. 막연한 기대감으로 들어 온 보존과학실은 정말 좋은 배움터이자 꿈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언젠가 제 손으로 유물에 새 옷을 입히고 재탄생 시키는 기회가 올 것이라고 믿습니다. 마지막으로 모든 것이 새로운 저에게 항상 도와주고 챙겨준 보존과학실 선생님들께 이 글을 빌려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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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_ 김해빛나 국립민속박물관 유물과학과 서화보존실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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