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으로 간 아이들

어린이박물관 특별전 <나무를 만나다>

우리가 일상에서 가장 흔하게 만날 수 있는 생명체는 무엇일까.
이 질문에서 <나무를 만나다>는 시작됐다.
가장 사소하게 곁을 지키고 있음에도
떠올리기 쉽지 않은 ‘나무’를
만나고, 만지고, 생각해 볼 시간.
아이들과 나무를 잇는 <나무를 만나다>의 기획자
박선주 학예연구사를 만났다.
나무를 만나다 전시회

 

정말이지, 아낌없이 주는 나무

전시장 입구에는 부모님의 손을 잡거나 혹은 선생님과 함께 전시를 관람하러 온 아이들이 하늘에 닿을 듯 귀여운 음성으로 저마다의 이야기를 주고 받고 있었다. 어린이박물관다운 소리였다.

“우리는 나무를 만나러 숲으로 갑니다. 그곳에서 나무도 만나고 나무의 친구들도 만나지만, 정작 나무들이 어떻게 태어나고 자라는지, 그리고 다음 세대를 위해 어떻게 씨를 퍼뜨리는지 등에 대해서는 알기 힘들어요. 이번 전시는 아이들이 나무의 소중함을 깨닫고, 또 나무의 마음을 헤아리면서 조금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전시장은 숲길처럼 꾸며진 전시장 입구를 포함하여 나무의 일생, 나무에게 가다, 나무가 오다, 나무와 함께하다의 섹션으로 이루어져 있다. 나무냄새가 물씬 풍기고, 걷는 길마다 또각또각 나무 바닥을 딛는 소리가 정감 있는, 아늑하고 따뜻한 분위기다.

“둘러보면 일상에서 나무를 만나는 일은 어렵지 않아요. 생활 용품들에도 나무로 된 것들이 많죠. 지금이야 플라스틱으로 제작된 공산품을 많이 사용하지만 옛날에는 대부분의 물건을 나무로 만들었어요. 구하기도, 가공하기도 편하기 때문이죠. 사실 나무는 이미 오래 전부터 우리의 생활 속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나무를 만나다 한옥 사진

 

우리 삶에서의 나무의 역할을 가장 상징적으로 엿볼 수 있는 것은 ‘집’이다. 우리나라는 산이 많은 천혜의 자연 환경을 갖고 있어 나무라는 자원이 풍부했고, 그래서 예로부터 집의 기틀을 잡는 것부터 지붕을 덮는 일까지 나무를 활용하곤 했다. 또, 연탄, 기름, 가스 등의 현대식 난방 시스템이 보편화되기 전까지 사용한 ‘아궁이’ 역시, 나무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생활 양식이다.

“신기한 것 중 하나는 병을 낫게 해주는 데에도 나무가 쓰였다는 점입니다. 뿌리부터 줄기 껍질, 열매 등 무엇 하나 버릴 것이 없었지요. 나무의 특성을 관찰하고 지식을 쌓아서 한약재로서 유용한 약품을 만들어 사용했으니까요. 지금처럼 과학적인 실험도구나 정보가 없었는데도 어떻게 그런 지혜를 얻을 수 있었는지, 선조들의 지혜가 참 신비롭지요.”

관람객이 전시장을 모두 돌아보았을 쯤에는 ‘아, 이런 나무를 우리가 앞으로도 더 잘 보살피고 지켜주어야겠구나’하고 깨달음을 얻고 끝나기 마련이지만, 이번 전시는 조금 다르다. 나무를 애틋하게 지켜주면, 그 보답으로 우리의 소망까지 이루어준다는 메시지까지도 담고 있다. 정말이지 아낌없이 주는 나무다.

“개막식 때, 관람객들께 ‘오늘 여기까지 오시는 길에 나무를 몇 그루나 보셨습니까’하고 물었어요. 집에서 박물관까지 오는 길에는 수도 없이 많은 나무가 있었을 테지만 모두들 사소하게 지나쳐 왔을 겁니다. 이 전시를 보고 나가면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나무를 세어본다거나 저 나무의 이름은 무엇일까 궁금해 할 수도 있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항상 함께 생활해 왔지만 눈길을 주지 않았던 나무에게 그저 시선을 줄 수 있는 마음만 가질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내 손이 닿으면 나무가 반응해요

어린이 박물관의 전시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만큼, 간과할 수 없는 것이 있다. 바로 아이들의 집중력이다. 아이들은 어른에 비해 집중력도 낮고, 지루한 것을 좀처럼 참기 힘들어 하기 때문에 아이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수 있는 요소가 필수적이다. 박선주 학예사는 이 해답을 ‘체험’에서 찾았다.

 

“전시장에 한옥을 지어 놓았어요. 완전한 구조를 갖춘 집은 아니지만 적어도 아이들이 나무가 어떻게 집이 되고, 또 어떤 식으로 활용되었는지를 살펴볼 수 있지요. 직접 톱질, 대패질을 하면서 나무의 모양도 만들어보고, 못질을 해서 나무를 붙여볼 수도 있습니다. 또 나무와 나무를 짜맞추어 잇는 결구를 직접 조립하면서 집이 튼튼하게 서기 위한 방법도 배울 수 있지요. 가장 사랑 받는 코너입니다.”

한옥 주변에는 옛날에 사용했던 다양한 생활 용품 중 나무로 만들어진 것들을 배치해 놓았다. 한옥 주변에는 옛날에 사용했던 다양한 생활 용품 중 나무로 만들어진 것들을 배치해 놓았다. 옷을 다릴 때 사용했던 다듬이 방망이는 직접 두드려 볼 수 있고, 모양도 아름다운 떡살, 다식판, 도시락 등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나무로 만든 그릇이 놓인 밥상에서 상도 차려보고, 먹는 시늉도 하며 꺄르륵 웃기도 한다. 아이들의 즐거운 놀이에 나무가 자연스럽게 들어가 있는 모양새다.
“옛날에는 딸이 태어나면 오동나무를 심었다고 해요. 오동나무는 빠르게 자라는 나무 중 하나인데, 나무가 자라 가구를 만들 정도가 되면 딸이 시집갈 나이와 얼추 맞았답니다. 그러면 그 나무로 혼수품을 만들어 시집가는 딸에게 선물했다고 해요. 이런 이야기를 토대로 ‘나이테 일기장’을 만들었어요. 옥희와 함께 태어난 오동이가 옥희와 함께 성장하면서 느꼈던 것들을 나이테 한 줄, 한 줄에 적어간다는 내용인데, 비어있는 부분을 아이들이 직접 적을 수 있도록 해 두었습니다. 아이들 스스로 ‘나무’가 되어 보는 시간인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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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에서 만난 아이들은 모두들 들뜬 모습이었다. 한쪽에서는 나무 친구인 곤충들이 살아 움직이고, 또 다른 한쪽에서는 나무로 만든 젠가가 끊임없이 쌓인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을 손으로 만질 수 있고, 손에 닿는 모든 것들은 아이들의 의도대로 반응한다. 이러한 전시장에서 아이들이 신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나무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들어요

최근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추구하는 전시 형태는 ‘스토리텔링’ 기법을 활용한, 하나의 이야기로서 관람객에게 접근하는 것이다. 이는 어린이 박물관에서 가장 활발하게 적용되고, 또 잘 맞아 떨어지는 방식이기도 하다.

박선주 학예연구사
“주제는 명사형으로 딱 떨어지기 마련이에요. ‘나무’, ‘전래동화’, ‘똥’ 등이 그렇지요. 하지만 이 주제들은 시간과 공간적인 요소들로 충분히 풀어낼 수 있어요. 오히려 스토리 텔링을 기본으로 하지 않으면 주제의 맥락이 없어져버리지요. 그렇기 때문에 그 주제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맥을 잡아놓고 주변 전시에 옷을 입혀가며 기획을 이끌어갑니다. ‘나무’라는 명사에서 시작했지만, 내가 숲에서 만난 나무가 내 삶으로 들어오고, 또 이 나무와 서로 믿음을 주고 받으며 살아간다는 연관성들을 선으로 그어 ‘나무를 만나다’ 전시가 만들어진 것처럼요.”

박선주 학예연구사는 사실 이번 전시를 준비하며 고집을 부렸던 부분이 있다. 바로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전시가 가진 고정관념을 벗어나고 싶었던 것.

“전시장을 둘러보면 아시겠지만 사용한 색이 많지 않습니다. 나무가 가진 자연 그대로의 색을 중심으로 풀어놓아 시각적인 자극을 덜 받게 해 두었습니다. 전시관으로 들어서는 입구의 벽도 하얀 색이지요. 이 전시장을 두고 의견이 딱 두 개로 나뉘었어요. ‘예쁘다’ 혹은 ‘이런 건 미술관에서 해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요. 하지만 저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전시가 새로운 단계로 올라서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러기 위한 하나의 시도입니다.”

 

그는 외국의 어린이 박물관을 둘러보고, 사례를 살펴볼 때면 여전히 준비해야 할 것이 많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전시를 기획하는 기획자들이 더욱 열린 사고로 창의적인 전시를 만들어내야 하는 숙제도 있지만, 통계자료로 전시의 성공여부를 판단하는 시선의 개선과 관람객들을 위한 박물관 교육 서비스의 성장도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만일 그렇게 된다면 관람객이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전시 기획이 마련되고, 나아가 다양한 교육적 효과들을 충분히 흡수할 수 있는 전시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 그는 강조했다.

 

기획자의 발상이 자유롭고 기발해질수록 아이들과 박물관의 거리는 더 가까워질 것이다. 이러한 유기적 성장의 혜택은 결국 우리 모두에게 돌아오는 것이 아닐까.

아이들은 나무로 만들어진 전시장 속에서 나무의 친구가 되기도 하고, 또 스스로 나무가 되기도 하며 전시를 관람한다. 그저 한바탕 재미있게 놀고 나왔을 뿐인데 전시장을 벗어나면서 만나는 나무들에게 특별한 마음을 갖게 된다. 나무의 이름을 묻고, 사랑스럽게 쓰다듬어 주며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게 될 것이다. 아이들의 사랑을 받은 나무가 더욱 푸른 잎을 피워내고 울창하게 자랄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나무와 아이들을 애틋한 사이로 만들어 줄 이번 전시는 국립민속박물관 내 어린이박물관에서 2017년 8월 21일까지 열린다.

|국립민속박물관 어린이박물관 특별전 <나무를 만나다> – 바로가기

글_ 편집팀</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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