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머니즘과 한국인의 마음

전시도록 <하늘과 땅을 잇는 사람들_샤먼>

1960년대 중간쯤 남부 독일의 한국인 유학생들 모임에 초청받아 샤머니즘에 관한 강연을 한 일이 있다. 당시 나는 스위스 취리히의 C.G.융연구소에서 공부를 마치고 정신병원에 근무하고 있었다. 강연을 마치니 한 사람이 일어서서 물었다. “어떻습니까. 샤머니즘이 현대 한국사회에 아직도 살아있나요?” 나는 잠시 그전 날 밤의 환영파티를 회상했다. 맥주잔을 비우며 기분이 좋아져서 소리 지르고 노래하고 춤추던 군상들.“어제 여러분들 노는 것을 보니 여러분은 틀림없이 모두 무당될 소질이 있다고 봅니다.” 이 응답에 모두 와 웃었다.

 

가장 오랜 주술종교형태

 

샤머니즘의 핵심은 엑스터시Ecstasy, 망아경이다. 북소리, 방울 소리, 징소리, 노래와 춤은 궁극적으로 망아경에 들어가기 위한 수단이다. 망아경에서 샤먼은 하늘로, 지하계로 날아가 잃어버린 혼을 찾아 앓는 사람의 몸에 돌려주거나 죽은 자의 혼을 저승으로 인도한다. 그런데 이 감정의 극치에 이르고자 하는 성향, 그속에서 모든 사람과 화해하고 한을 풀고자 하는 성향이 유달리 한국인에 강하다. 이것은 하루 이틀에 생긴 성향이 아니다. 삼국시대 이전부터 한반도와 만주 벌판에 살던 우리의 조상들이 천신제를 지내던 때부터 우리의 핏줄에 새겨진 유전자에서 나온 성향이다. 샤머니즘은 밖에 존재할 뿐 아니라 우리 마음속에 살아서 한국인 감정생활의 저류를 이루고 있다.

 

약 7년간 고국 땅을 밟지 못하다가 유럽에서 돌아왔을 때, 인왕산 기슭의 국사당을 찾아갔다. 굿이 있었다. 한 아주머니가 말했다. “우리나라가 앞으로 잘 될 겁니다. 나라에서 이렇게 조상을 모시게 하니 말입니다.” ‘조상’이라는 말이 왜 그렇게 절절히 가슴에 와 닿았던지! 한국의 샤머니즘이 민중과 유대를 갖게 하는 또 하나의 매개자가 조상 콤플렉스였구나 라고 생각했다. “당신의 나라는 우리처럼 조상과 단절되어있지 않습니다.” 나의 서양인 분석가들이 하던 말이었다.

 

샤머니즘을 미신이라고 하여 탄압하던 시대가 있었다. 스탈린은 시베리아 샤먼들을 인민의 적이라고 비난하며 추방했다. 무속의 가치를 전통문화유산으로 인정하기 전까지는 한국에서도 무당굿이 공적으로 허락되지 않았다. 심지어 내로라하는 학자들 가운데서도 샤머니즘 하면 원시적이고 마술적이며 미개한 속신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발견된다. 물론 샤머니즘은 주술적, 원시적 요소를 많이 가지고 있다. 그러나 고등종교에도 주술적 요소가 있다. 어떤 신앙체계에도 낮은 것, 열등한 것, 거짓된 것들이 있게 마련이다. 그러니 무속에서도 선무당과 참 만신을 구분하지 않는가. 샤머니즘을 백안시하는 경향은 샤머니즘의 비합리적인 측면을 잘 이해하지 못한 데서 나온다. 선입견을 버리고 샤머니즘 속에 담겨있는 내용의 의미를 깊이 살펴보면 우리는 그 원시적이고 주술적인 것 속에서 ‘원초적’ 심성의 상징들을 발견하게 된다.

 

샤머니즘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인류의 가장 오랜 주술종교형태이다. 샤먼은 병을 고칠 뿐 아니라 죽은 자의 혼을 저승으로 인도하는 영혼의 인도자로서 인류 최초 의사의 원형이다.샤머니즘이 얼마나 오래된 신앙형태인지는 북부 프랑스 선사시대의 라스코 동굴 벽화가 증명한다. 이 원시암벽화는 탄소동위원소 측정으로 기원전 14000년에서 12600년 사이의 것으로 판명되었다. 그것은 커다란 들소가 창에 찔려 내장을 드러낸 채 쓰러져있는 그림인데 들소 앞쪽에 새의 가면을 쓴 한 남자가 또한 땅바닥에 하늘을 향해 쓰러져 있다. 그의 남근이 발기된 것으로 보아 그는 죽은 것이 아니고 엑스터시 상태에 있음이 분명하다, 그런데 그의 옳은 편 손 아래쪽에 끝에 새가 앉아있는 낯익은 막대가 그려져있다. 그것은 어김없이 우리가 동네 어귀에서 흔히 보는 솟대이다. 새는 엑스터시 중에 샤먼의 혼이 하늘로 올라갈 때 그를 수행하는 샤먼의 보호령우리나라 무당의 ‘몸주’으로 샤머니즘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리나라 솟대에 관한 민속학적 연구에 의하면 그것이 단지 마을 경계에서 악귀를 물리치는 역할 뿐 아니라 마을굿의신대와 함께 저승의 신령들과 소통하는 통로, 모든 것의 중심을 잡아주는 세계의 축, axis mundi, 우주나무와도 관련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새 막대는 신석기시대 중국 양저문화기 유물에서도 볼 수 있고 춘추전국시대의 비둘기 기둥에도 흔적을 남기고 있다. 라스코동굴 벽화의 해석은 학자마다 다르고 나는 나대로의 해석을 발표하고 있지만, 이 그림으로 샤머니즘이 어느 특정 지역의 원시 풍속이 아닌 인류의 보편적이고 원초적인 종교심성의 표현임을 짐작할 수 있다.

 

무당의 조상, 바리공주

 

샤머니즘은 신화를 저장하고 표현하며 체험하게 하는 인류의 보배로운 유산이다. 우리나라 무속도 예외가 아니다. 국문학자들이 일찍이 무속연구에 투신한 것은 한국의 무가에서 풍부한 신화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하늘과 땅, 이승과 저승의 소통과 융합을 시도하는 제의에서 우리는 인간 심리의 원초적 대극성과 그 합일의 상징을 본다. 무수히 많은 귀령들의 세계에서 우리는 인간의식과 무의식을 구성하는 다양한 콤플렉스들을 본다. 샤먼의 질병관과 치유의식은 상징적으로 질병과 치유의 원형을 나타낸다. 샤머니즘은 한국민족뿐 아니라 전 인류가 공유하는 집단적 무의식의 원형상들을 표현하며 제의를 통해 그것을 재현하고 있다.

 

아득한 옛날에 하늘과 땅은 연결되어 누구나 드나들 수 있었다. 그러나 오늘 두 세계는 아득히 떨어져 나가 오직 엑스터시라는 특별한 능력을 부여받은샤먼만이 하늘에 오르내릴 수 있게 되었다. 이 영력은 피나는 시련을 통하여 비로소 얻을 수 있다. ‘고통의 의미’가 샤머니즘만큼 강조되는 곳이 드물다. 샤먼이 되는 과정은 몸이 찢기는 고통을 참으며 완전히 뼈로 환원되고 거기서 새 살과 내장으로 다시 살아나는 이니시에이션성인화을 나타낸다. 몸이 여러번 찢겼을수록 위대한 샤먼이라고 믿는다. 우리나라 중부지역 강신무도 무가 되기 위해서는 ‘신병’이라는 신령의 선택에 의한 의미있는 고통을 죽음 직전까지 겪어야하는 것으로 믿고 있다.

 

불교와 도교 등 고등종교의 영향을 많이 받은 한국의 샤머니즘에는 무당의 조상, 바리공주의 이야기가 있다. 버림받음, 저승행, 고행과 시련, 이승으로의 귀환, 불사의 약을 구해 자기를 버린 부모를 살려내고 만신의 왕이 되었다는 매우 의미깊고 격조높은 무가이다. 죽은 자를 위한 지노기 굿에서 이 무가를 노래할 때, 그리고 무당이 노래 끝에서 바리공주가 죽은 자를 서방정토로 인도한다고 할 때, 그것은 인간적인 한풀이인 조상거리의 넋두리를 넘어 고통의 높은 가치, 그 신성한 목적을 인식하도록 산 자들에게 말하고 있다.

 

샤머니즘을 이해하는 것은 우리 자신의 문화의 뿌리를 이해하는 일일 뿐 아니라 우리 자신의 마음의 심층, 더 나가 전 인류의 보편적 정신을 이해하는 작업이다. 샤머니즘은 기술문명의 지배아래에서 신화의 세계와 단절된 현대인에게 이성과 감성, 합리와 비합리사이의 조화로운 통합이 이루어지기 위해서 어떤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지를 가르쳐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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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_ 이부영 | 서울대 의대 명예교수
분석심리학자인 동시에 신경정신과 전문의이며 의과대학 교수로서 오랫동안 대학병원에서 환자들을 진료하고 제자들을 가르쳐왔다. 주요 저서로는 「분석심리학 이야기」, 「한국샤머니즘과 분석심리학」, 「한국민담의 심층분석」 등이 있다. 현재 한국 융 연구원 원장으로 활동하며 카알구스타프 융Carl Gustav Jung의 분석심리학을 전문적으로 교육하고 연구하며 널리 보급하는데 힘쓰고 있다.

 

필자는 전시도록 <하늘과 땅을 잇는 사람들_샤먼>을 살펴보고 이 글을 썼다. 이 특별전은 세계 각지의 샤머니즘 자료를 통해 초자연적인 상황에 대한 인간의 경외와 자신의 삶 안에서 갖게 되는 소박한 염원들, 인간의 종교적 심성을 공유하기 위해 열렸다. 시베리아, 네팔 히말라야 조사 등을 통해 수집된 자료들을 만나보았던 전시 자료들은 아래의 도록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 전시도록 <하늘과 땅을 잇는 사람들_샤먼> – PDF

샤머니즘, 조금 더 자세히 알기
| 학술자료집 <알타이 샤머니즘> – PDF
| 학술자료집 <月山, 사진으로 민속을 말하다: 신명을 말하다> – PDF
| 학술세미나 <국제 샤머니즘 학술세미나 발표집> – PDF
| 조사보고서 <부랴트 샤머니즘: BURIYAT SHAMANISM> – PDF
| 조사보고서 <네팔 히말라야 샤머니즘> – PDF
| 전시도록 <신들의 땅-제주·히말라야 샤머니즘의 만남> – 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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