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는 당신의 마음 속에
무속이 있다

기증전 <민속학자 김태곤이 본 한국무속>

shaman

우리의 고유 신앙 무속.
믿음은 저 멀리 있는 존재를 향함이 아니었다.
기도를 너무나 초월적인 존재에게 할 수는 없는 노릇!
절박한 당신은 마음을 담아 ‘제발 이 자리에 지금’이라고 기도한다.

 

신은 지금 당신 곁에 있는가?
나는 오늘 누구에게 기도하고 있는가?
간절히 기도하는 마음, 자연스러운 신앙이 무속이다.

 

여전히 무속은 우리 생활 속에 있다.
이사를 할 때도, 사업을 확장할 때도 점을 보고,
‘액땜한 셈 쳐’라는 말로 안도감을 찾는다.
그것이 우리들의 마음 속 깊이 남아 있는 무속의 실체이다.

 

당신은 무속의 모습을 본 적이 있는가?

국립민속박물관의 ‘민속학자 김태곤이 본 한국무속’ 기획전시에는 남강南剛 김태곤金泰坤1936~1996이라는 걸출한 민속학자의 ‘수집’과 부인 손장연 여사의 ‘기증’이라는 면과 신에 대한 민족 정서가 담겨있다. 전시장에서 만난 장장식 학예연구관전시운영과은 신을 향한 서민적 소박함이야말로 무속의 한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무신도를 그려 섬기는 신령의 호칭을 글로 적어 대신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전시된 유물 가운데 글로 18위의 신을 적어 모신 신위가 있습니다. 서민의 가벼운 주머니 사정에 그것이 최선이었겠지요. 그래도 두꺼운 한지에 비단을 입히고, 그 위에 글을 적는 등 성의는 다했어요. 헌데 한자에 오자誤字가 많습니다. 석가釋迦를 서가西可로 적는 식이지요. 석가는 너무 어려운 한자였나 봐요. 더 재미있는 건 그 옆에 연필로 한글로 읽는 법을 작게 적어두기까지 했다는 점입니다. 아마도 본인의 이해와 후배에 대한 교육 목적이었겠지만 무속의 실체를 가장 잘 나타내는 유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무당들이 받들고 모시는 신령을 형상화 한 무신도巫神圖, 굿을 할 때 입는 무복巫服과 방울, 작두, 부채, 악기 등의 무구巫具, 신과의 소통 언어인 무가巫歌 등은 무속을 이해하는 기본 요소이다. 그러나 무당이 무업巫業을 그만두게 되면 다 태워버리거나 땅에 파묻어 버린다. 그래서 애석하게도 무속의 기록이나 유물은 잘 전승되지 않는다. 이번에 전시되는 김태곤 선생님의 수집품이 가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IMG_7044

이번 전시의 기획을 맡은 장장식 학예연구관과 이보라 전시디자이너

 

1996년 김태곤 선생님이 작고하신 뒤, 부인인 손장연孫章蓮 여사가 2012년 7월에 기증한 자료의 양은 3만 점이 넘는다. 기준을 정해 선별을 해도 일반적인 전시형식으로는 보여주기에는 너무 방대한 양이다. 그래서 이번 전시의 공간 디자인의 개념을 “개방형 수장고 형태 전시”로 잡았다. 이 부분은 이보라 전시디자이너가 담당했다.

 

“수장고처럼 가능한 한 많은 자료를 전시할 수 있도록 전시 공간을 꾸미고자 했습니다. 선생님은 무속 관련 유물과 함께 사진, 동영상, 오디오 등의 아카이브를 정성껏 모으셨습니다. 이렇게 남기지 않으면 시간이 지나 재연이 어려운 무속의 특성을 생각하셨어요. 이들을 보여주기 위해 멀티미디어를 활용한 전시기법이 많이 사용된 점도 특징이라 할 수 있어요.”

 

전시장에 들어서서 왼쪽을 바라보면 밤쥐무당무녀 최인순崔仁順1912~1983, ‘밤쥐’는 1972년 기록 영상에도 등장하는 무당 최인순의 별명이다.의 신당을 재현한 공간을 만난다. ‘미라클 글라스’를 통해 1972년 故김태곤 선생이 직접 촬영한 남이장군사당제 굿 장면이 투사된다. 관객은 굿당과 영상을 오버랩해서 보면서 현실감을 배가 하여 전시를 즐길 수 있다. 또한 관람객의 휴대폰을 블루투스로 연결하여 전시품의 설명과 현장에서 채록한 음원을 들을 수 있는 것도 퍼포먼스적 요소를 가진 무속주제의 전시를 즐길 수 있는 포인트가 된다.
 

“무속이 생소하거나 거부감이 들지 않으면서도, 전통성이 느껴지도록 전시공간을 디자인해야 한다는 점이 가장 어려웠습니다. 전시 포스터를 보시면 타이포그래피의 모티브를 무구의 일부로 응용했지만, 전체적으로는 색상을 제한해 현대적인 느낌이 들도록 디자인 했습니다.”

 
현대적 시점에서 무속을 가깝게 바라볼 수 있는 기회로 만들고자 했다고 이보라 전시디자이너는 소감을 전했다. 그래서일까. 관객들은 매우 절제되고 세련된 무속전시를 볼 수 있다.

 

“1908년 종묘제례를 제외한 국가 제사가 철폐됩니다. 공식적으로 진행하던 의례 더는 안 하겠다고 국가 차원에서 선언한 셈입니다. 이후로 국가의 의례들이 차례로 사라지게 되는데 재복신財福神인 관우關羽장군을 모시던 동묘東關王廟동관왕묘도 그중에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거기에 걸려 있던 ‘삼국지연의도三國志演義圖’ 가 이번에 복원되었습니다.”

 

전시를 기획한 장장식 연구관은 이번 전시의 킬러콘텐츠로 삼국지연의도를 들었다. 유물에 얽힌 사연의 발견은 박물관 사람들에게는 숨겨진 보물을 찾는 것과 같은데, 삼국지연의도가 그랬다고 한다. 삼국지연의도는 <삼국지三國志>의 주요장면을 그린 그림이다. 19세기 후반 조선을 방문했던 서양 신부들의 여행기에 동묘에 봉안되었던 것으로 소개되었으나 행방을 알 수 없었는데, 이번 전시를 위한 보존처리과정에서 여행기에 소개되었던 그림임이 밝혀졌다.

 

마지막으로 장장식 연구관은 다음과 같이 소회를 밝혔다.

 

“김태곤 선생님은 제 스승이기도 합니다. 61살의 아쉬운 나이에 지병으로 세상을 등지기 전까지 저와 시베리아로 무속조사를 갔었습니다. 무속 연구에 모든 걸 건 분이었습니다. 신혼여행을 가서도 주변에 민속 조사를 가셨죠. 무가 녹음을 참 많이 남기셨어요. 그 당시에 녹음기는 혼자 못 들 정도로 컸습니다. 그걸 늘 들고 다니면서 현장을 누비셨습니다. 그분의 마지막 질문은 ‘한국 무속의 뿌리는 어디일까?’ 였습니다.”

 

전시장

국립민속박물관 기획전시실Ⅰ에서 열리고 있는 ‘민속학자 김태곤이 본 한국무속’ 기획전시 현장

 

흔히 무속을 우리나라 고유의 신앙이라 규정지어 버리는데 김태곤 선생은 이걸 증명하고 싶어 했다. 그래서 우리와 가장 유사하다고 할 수 있는 무속을 찾아 비교하고자 마지막 조사지인 시베리아로 갔었다고 했다. 결국 그 연구는 미완인 채로 아직 남아 있다.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유물 기증의 뜻을 기리고자 자료집 <한국문화의 원본原本을 찾아서>를 발간하고, 이 전시를 마련하게 되어 개인적으로도 기쁘다고 장장식 연구관은 말을 맺었다.

 

‘민속학자 김태곤이 본 한국 무속’ 기획전은 우리 믿음의 바탕이 되는 무속을 찬찬히 되새겨 볼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민속학자 김태곤이 본 한국무속 기획전시 – 바로가기
|큐레이터와 함께 하는 전시설명회 – 바로가기
|큐레이터 전지연이 추천하는 삼국지연의도三國志演義圖바로가기
|<한국문화의 원본을 찾아서 – 무속의 현장 편> – PDF
|<한국문화의 원본을 찾아서 – 신령의 유물 편> – PDF
글_ 편집팀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댓글 등록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03045 서울특별시 종로구 삼청로 37    대표전화 02-3704-3114    팩스 02-3704-3113

발행인 천진기    담당부서 섭외교육과  © 국립민속박물관. All Rights Reserved